[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스크린 속에서 한없이 뇌쇄적이면서도 처연하던 이가 발랄하게 인터뷰 장소를 누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한껏 차려입었던 옷과 하이힐이 불편했는지 금세 복장도 가벼워졌다. 폴짝폴짝(?) 신나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안녕하세요. 이은우라고 합니다.” 처음 인터뷰 장소에 들어설 때부터 쉴 새 없이 눈인사를 하던 배우 이은우(34)가 또 한 번 인사를 건넸다. 이내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예쁘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은 그는 갈아입고 온 티셔츠 자랑에 바쁘다. 팬이 선물했다는 흰 티셔츠에는 영화 ‘신의 선물’ 속 승연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영화 ‘뫼비우스’(2013)의 히로인 이은우가 또 한 번 김기덕 감독과 손을 잡았다. 그가 새롭게 선을 보인 ‘신의 선물’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자 승연(이은우)과 원치 않은 아이를 가져 곤경에 처한 소녀 소영(전수진)의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된 신비로운 기다림을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이 다섯 번째로 각본·제작을 맡았고 김기덕 사단의 유일한 홍일점 문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일년 반 정도 기다림이 있었던 작품이라 설레고 두려워요. 사실 캐릭터가 공감을 얻지 못할까 많이 고민했거든요. 근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개인적으로는 여자 이야기가 많지 않은 요즘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촬영한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죠.”
극중 이은우가 열연한 승연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7년 동안 임신에 실패하며 극심한 초조함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승연은 자신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소영에게 대신 아이를 낳아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미혼인 이은우는 역할 몰입을 위해 집에서 주부인 양 대사를 읊는 것은 물론, 승연이 봤음직한 임신·출산 관련 서적을 사다가 읽기도 했다.
“아이라는 생명에 대한 접근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승연은 어떠한 종교적 믿음처럼 욕망의 대상을 향해 달리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저 역시 ‘신의 선물’을 한 번에 이해하긴 어려웠죠. 그래서 연출을 맡은 문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요. 또 자칫 캐릭터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도록 스태프들하고 조절했죠. 그 여자한테만 빠져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걸요?(웃음)”
사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출연한 ‘뫼비우스’다. 당시 이은우는 눈빛과 몸짓으로 소름 끼치는 1인2역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물론 ‘뫼비우스’보다 먼저 촬영했지만) ‘신의 선물’부터 김 감독의 신작 ‘일대일’까지 깜짝 출연하며 페르소나로 떠올랐다.
“김기덕 감독님의 촬영 현장은 굉장히 속도감 있어요. 특히 많은 집중을 요구하세요. 감독님만의 작업 스타일이 있는데 그 리듬을 타면 정말 재밌죠. 물론 리듬을 탄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는 건 아니에요. 매번 고비가 다가오고 또 좌절하지만, 열심히 부딪히면 작업 자체가 재밌어요. 사실 전 한 번도 감독님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야 영광이죠(웃음).”
지금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지만 이은우는 원래 배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과 공부가 좋아 생물학과에 진학했고 전공에 파고들며 천직이라 여겼다. 대학원을 갈 때까지만 해도 연구원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내 숨 막히는 답답함에 방향을 틀었다. 이후 광고 일에 눈을 돌리면서 자연스레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쪽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06년 영화 ‘펀치 스트라이크’로 데뷔한 후 ‘10억’(2009), ‘육혈포 강도단’(2010), ‘로맨틱 헤븐’(2011) 등 7년 동안 조연으로 살았다.
“연기하다 보니 ‘잘하고 싶다, 연기가 뭘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부도 방법이 있고 그걸 알아야 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죠. 근데 제가 그걸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나름 긴 시간이 걸렸죠. 방법을 모르니까 벽에 부딪히고 깨졌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방법을 터득했어요. 매 작품에서 새로운 방법을 경험하고 다음에 활용하게 됐어요. 물론 앞으로도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장하겠죠.”
이은우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두고 “롤러코스터 타듯 내려갔다 올라갔다”며 웃었다. 누구보다 부침이 심했다는 그. 물론 내려갔을 때 다시 올라가기 위해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고 드디어 진짜 자신의 무대를 펼칠 준비를 끝냈다. 이제는 그토록 닮고 싶었던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처럼 연기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확장할 일만 남았다.
“언제나 진실된 배우가 꿈이에요. 동시에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고요. 저는 체감을 잘 못하는데 제 작품을 나열하면 분위기가 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코믹한 면도 보여주면서 가까이 다가가려 해요. 캔디같이 발랄하면서 역경을 헤치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전 지금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 제가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주어지고 그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기할 때죠. 앞으로도 행복한 순간들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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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