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KT가 대규모 명예퇴직에 소요되는 약 1조원 내외 자금 중 상당부분을 회사채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회사채 시장은 KT의 자금조달 네비게이션이 고장난 것이 아니냐고 반응한다.
구조조정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KT의 주가는 10%내외 오른 것과는 달리 회사채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받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KT ENS법정관리 신청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KT가 명퇴재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다면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기미가 감지된다.
대형증권사의 한 발행담당자는 "KT의 재무전략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 같다"면서 "지난 3월까지는 자금조달 네비게이션이 잘 작동했지만 KT ENS법정관리 신청 이후에는 고장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KT ENS에 대해 지원하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이후 인력구조조정(명예퇴직)에 소요되는 자금도 회사채로 조달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련의 재무전략은 기존의 자금시장과는 잘 맞아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대박을 터뜨렸지만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가 회사채 발행을 재추진하는데는 적어도 한 분기 이상은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회사채 시장의 반응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비록 주식시장은 KT의 인력구조조정을 환영하면서 10%정도 주가가 올랐지만 회사채 시장은 아직 냉랭한 분위기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의 발행담당자는 "연간 4조원 이상의 운전자금이 돌아가는 회사에서 1조원 수준의 자금융통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 효과보다는 명예퇴직에 필요한 자금조달 얘기를 꺼내는 것도 이전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3월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던 주간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KT와 회사채 발행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회사채 발행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적어도 2~3개월은 더 기다렸다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ENS사태로 화가 난 투자자들이 자금조달에서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할 태세가 아직은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한편, KT는 지난 2009년 명예퇴직 실시 때에도 필요한 총 9000억원중에서 3000억원 수준은 기업어음(CP)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내부운영자금으로 충당한 적이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