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다변화 및 유럽 경기회복 반사이익 기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국부펀드가 유럽 은행권의 자금줄을 자처하고 나섰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전 모간 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피인수된 메릴린치 등 미국 은행권에 돈줄을 댔던 국부펀드가 발걸음을 유럽으로 옮기는 움직임이다.
(사진:AP/뉴시스) |
1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국부펀드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도이체방크는 3억6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로 총 80억유로를 차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000만주는 카타르 왕가의 자금을 관리하는 파라마운트 홀딩스가 인수할 예정이다.
투자 금액은 17억5000유로(23억8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도이체방크는 금융 당국의 자본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처분하기로 했다.
국부펀드가 유럽 은행권에 자금줄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가 ING 그룹의 보험 사업 부문인 NN의 기업공개(IPO) 이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테마섹은 스탠다드 차타드와 로이즈 뱅킹 그룹에도 자금을 제공한 바 있다.
이달 초 쿠웨이트 국부펀드는 RBS가 새롭게 출범시킨 은행에 지분을 투자했고, 바클레이스와 로이즈 뱅킹 그룹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유로존의 국가 부채 리스크가 진정되지 않았던 2012년 카타르의 국부펀드는 크레디트 스위스와 공동으로 자산운용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원유를 포함해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국부펀드는 이머징마켓의 경기 둔화에도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이 유럽 은행권에 ‘입질’하는 것은 이들 은행이 저평가된 상태이며, 유로존의 경기 회복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연기금이나 보험사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국부펀드의 성향도 유럽 은행권의 투자에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부펀드의 은행권 투자가 천연자원에서 수익원을 다변화한다는 국부펀드의 방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