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과격 행보, 지분 되사기 급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빌 애크만을 포함해 행동주의자들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는 가운데 기업들 사이에 1980년대 유행했던 이른바 ‘그린메일’이 부활하는 움직임이다.
당시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 등 투자가들은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적대적 인수 위협을 가했고, 이에 대해 기업들은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월트 디즈니와 굿이어 타이어 등 미국 간판급 기업들이 일제히 이 같은 대응에 나섰고, 이른바 ‘그린메일’은 1980년대 후반 의회의 제동에 종적을 감췄다.
(사진:신화/뉴시스) |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그린메일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12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 샤크와치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사이 빌 애크만을 포함한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을 되사들인 기업이 최소한 10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6년 사이 발생한 지분 매입보다 높은 기록이다.
다만, 과거의 그린메일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이하다고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사들이지 않고, 1980년대와 같은 적대적 인수 위협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경영 간섭과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적대적인 비판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투자가들이 투자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만큼 지분을 되사들이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 지분을 적극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이들이 지분을 사들인 기업은 1115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장기간에 걸친 강세장이 펼쳐져 쏠쏠한 차익 기회가 발생한 데다 투자 기간이 오랜 만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팔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리슨 앤 포스터의 스펜서 클레인 변호사는 “최근 투자가들의 행위는 일종의 그린메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 업체인 밸류액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프리 우벤 대표는 “최근 벌어지는 현상은 과거의 그린메일과 같다”며 “황금거위를 죽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주식수 감소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차익 기회 감소 등 지분 매입에 따른 부작용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고 투자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