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인사적체, 숨통 트이길 기대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기획재정부 A총괄과장은 현재 보직에 2년 넘게 머물면서 무엇보다 후배 과장들에게 미안하다.
보통 부이사관인 실/국의 총괄과장은 1년 정도 근무하다 국제기구나 타부처 기획재정담당관, 청 단위 기관의 기획조정실장으로 나가거나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 등을 받는다. 이후 본부 심의관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A과장이 2년 넘게 자리를 지키자 밑으로 줄줄이 인사 적체가 생겼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내정자를 반기는 이유 중 하나가 이같은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관료 출신들이 산하 유관기관이나 민간기관에 취업하는 길이 꽉 막혔다. 전에는 기재부 고위공무원들이 방사청 같은 청 단위 기관에 청장으로 가거나 각종 대통령 산하 위원회, 타부처 등에 자리를 만들어 그나마 인사적체를 해소해왔다.
기재부는 친박 핵심이자 여당 원내대표 출신, 박근혜 정부를 만든 공로자 중의 한 명인 최경환 내정자가 부총리가 되면 예전처럼 청장 자리나 타 부처 등에 자리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면 타 부처 등은 기분이 나쁠 것 같지만 그게 또 아니다. 현재 행정고시 28회가 기재부에서는 국장을 맡고 있지만 다른 부처로 가면 차관까지 맡고 있다.
승진이 빠른 게 좋을 것 같지만 사실상 정년 보장이 안 되는 1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은 장관이 되지 못하면 퇴직을 해야 한다. 요즘처럼 낙하산으로 갈 곳도 마땅치 않으면 오래 본부에 머무는 게 낫다.
기재부에서 고위공무원들이 타 부처로 파견을 나가면 그만큼 승진요소가 사라져 서로 윈윈할 수도 있다.
반면 부총리를 맞이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산업부는 이번 개각에서 윤상직 장관이 유임됐다. 기재부와 달리 장관이 유임되면서 인사 요인이 사라졌다. 실/국장들이 내부 승진한 장관의 유임은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워한다는 후문이다.
산업부는 산하기관이 40여곳에 이른다. 그만큼 고위공무원들이 갈 곳이 많다. 그러나 관피아 척결 분위기에서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산업부도 인사적체는 마찬가지라 장관이 이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장인 현오석 부총리가 외부 뿐 아니라 내부에서 인기가 없는 것도 고질적인 인사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취임한 뒤 딱 한 번 1급 인사를 한 뒤 고위공무원 인사가 없었다.
A과장은 외국으로 나가는 게 좋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어서 더 기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런 일로 기뻐하지 않을 날이 올지 기재부 공무원들은 고대한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