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한 총리 유임, 헌정사상 처음...靑 인사시스템 보완
[뉴스핌=문형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낸 사의를 60일 만에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사의 표명을 했던 총리가 유임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만한 총리 후보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가개혁의 적임자와 국민의 요구'라는 총리 기준까지 내세웠으나 적합한 후보를 찾는데 실패한 셈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시스템을 만든다는 약속을 드렸다. 이를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 4월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후 지난달 22일 청와대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대법관 퇴임 후 고액수입 논란이 제기되자 안 후보자가 6일 만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청와대는 이어 지난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과거 교회에서 강연한 내용이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결국 지난 24일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3번째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궁지에 몰렸다.
특히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어려움을 겪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후보자로) 많은 분들을 놓고 찾는데 좋으신 분은 많지만 고사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가 사퇴하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인사시스템 보강을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 비서관을 두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철저한 사전검증과 인사 발굴을 상설화하기로 했다.
이는 더 이상의 인사 실패는 치명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향후 새 내각 구성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근본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국민 의지에 부응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 역시 “펑크 난 타이어로 과연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겠느냐”며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유임된 정홍원 총리(사진)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정대를 나와 1972년 사범시험(14회)에 합격하면서 검사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정홍원 총리는 1982년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을 비롯해 '대도' 조세형 탈주 사건, 수서지구 택지공급 비리사건, 워커힐 카지노 외화 밀반출 사건, 국회 노동위 돈 봉투 사건, 2차 장영자 사기 사건 등을 처리해 특별수사통검사로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검사 생활을 마친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공단이 법률취약계층 위한 `친서민 법률복지기관'으로 자리 잡는데 주로 역할을 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