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제품 '가뭄' 더 이상 고성장 기업 아니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애플 주가가 연초 이후 17% 급등, 지수 대비 세 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외면 받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뉴욕증시의 다른 대형 블루칩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NBC) |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 기업이라는 간판과 탄탄한 주가 강세 흐름에도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집계한 조사에서도 애플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9%를 웃도는 액티브 펀드는 불과 4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애플을 9% 이상 보유한 펀드가 46개 업체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꺾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애플에 대한 투자 매력을 상실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더 이상 강력한 성장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고 골드만 삭스는 분석했다.
지난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한 이후 애플은 사실상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월가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이다.
지난 2012년 애플은 배당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이 역시 더 이상 애플이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국의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들까지 주요 제품 시장에서 경쟁에 나서면서 스마트폰을 포함해 성장 엔진에 해당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과거만큼 급속하게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 애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향후 성장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헤네시 테크놀로지 펀드의 스키프 에일레스워스 매니저는 “애플은 상당 기간 신제품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가까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15년 가운데 12년 동안 애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지만 현재 보유량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영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신제품이 등장할 때까지 애플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역발상에 근거한 주가 전망을 제시했다. 펀드매니저의 애플 선호도가 떨어진 것은 오히려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S&P 캐피탈 IQ의 토드 로벤블루스 뮤추얼펀드 리서치 디렉터는 “펀드매니저들이 보유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인 종목이 실상 주가 하락 압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재 애플의 보유 비중이 낮은 것은 앞으로 새로운 매수 세력이 등장,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여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