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대부분 500억 가량 수익 올려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여의도 증권사의 채권부서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하우스마다 수익률은 차이가 나지만,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채권업계 정통의 강자인 KDB대우증권은 최근 석 달 동안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을 전후로, 한국은행이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2.00%까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에 5월 초 대비 현재 국고채 금리는 3년과 10년이 각각 35bp, 50bp 떨어졌다. 3년 만기 채권을 100억원 가지고 있을 때 채권금리가 1bp 하락하면 평균 260만원 정도 이익이 발생한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곳은 채권운용을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하는 대우증권으로, 최근 3달 동안 채권 운용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증권은 프랍트레이딩을 수행하는 채권운용본부에서 6조원, RP(환매조건부 채권)를 운용하는 부서에서 6조~7조원 가량의 채권자금을 운용하는데 롱(채권매수)포지션을 무겁게 가져가면서 막대한 수익을 낸 것이다.
이밖에 대우증권은 해외채권 투자로도 연초 수백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은 매년 해외채권에 수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올 초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에 투자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게 국내외 채권 운용북(book)을 잘 활용해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나 수익규모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400억원에서 6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에서 채권을 담는 쪽은 프랍운용부, RP, ELS·DLS 상품 중 원금 부분, FICC 채권운용북 등인데 이번 금리 하락기에 대형증권사들이 선전한 이유는 이들 증권사의 경우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RP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RP의 경우 들어오는 자금을 바로바로 집행하는 데다가, 금리상승에 대비한 헤지도 일부만 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채권북 크기가 같다고 모두 같은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며 "얼마나 공격적으로 운용했는지, RP에 대한 헤지 규모가 얼마인지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증권사는 프랍 사이즈에 비해 채권북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가 운용도 보수적으로 해 이번 금리 하락기에 큰돈을 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