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환급 불가+농특세 탓"
[뉴스핌=이준영 기자] "금 실물업자들 대부분은 금을 매입할 때 시중의 금 도매업체로부터 산다. 이들에게 사면 KRX 금시장보다 1그램당 300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회장의 지적이다. 김 협회장에 따르면 협회 회원중 KRX금시장에서 금을 구입하는 실물업자는 단 한명도 없다. 거래소 금시장 가격이 시중가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그램당 300원의 가격 차이는 대량 매입을 하는 실물업자에게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 KRX금시장 4개월째 거래부진…"비싸기 때문"
KRX금시장 개장후 4개월이 지났지만 거래량은 평균 1kg~10kg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RX금시장으로 공급되는 금의 양이 적어 시세가 장외시장이나 국제가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31일 금 거래량은 1kg에도 미치지 못한 989g을 기록했다. 10kg 가까이 금거래가 되는 날도 있지만 평균 금거래량은 2kg~6kg 수준. 장외에서 활성화 된 금거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평균 35kg~50kg 사이임을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보를 위해 개설한 KRX금시장의 역할이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KRX금시장 시세가 국제가와 시중가격보다 높은 점을 거래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시세는 국제가 대비 평균 100.5배 수준이다. 그러나 금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는 실물업자들이 원하는 가격은 100.3배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KRX금시장의 시세는 그램당 4만2950원으로 국제가격 4만2770원보다 100.42배 높았다. 시중가보다도 300원 가량 높은 상황.
김종목 협회장은 "시중보다 300원이상 높은 거래소 금시장 시세가 최소한 시중보다 낮아져야 거래소를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금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는 실물업자의 금 수요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 기준으로 13.3%에 불과했다. 86.7%가 투자목적의 개인 매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매도는 실물업자가 93.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물업자는 매도하고 개인은 매수하는 일방향적인 거래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금의 공급처와 수요처가 다양하지 못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KRX 금 비싼 이유…"즉시 환급 불가+농특세"
KRX금시장의 가격이 시중 업체보다 높은 이유는 금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금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 특례(금거래 즉시 환급제)를 받지 못하는 점과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꼽았다.
KRX금시장에서의 금거래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금 입고업체들은 금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 특례(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제 48조의 4)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에 금 입고 업체들은 매년 분기별(1,3,7,10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에만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자금 회전율이 3개월치 환급금만큼 낮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장외에서 금거래계좌를 이용해 금거래를 하면 부가세를 즉시 환급 받을 수 있다.
금 실물업자들은 3개월의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거래소 금시장에 금을 공급하기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김종목 협회장은 "KRX금시장에 금을 입고시키면 자금이 3개월이나 회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회원사들이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금시장에 금을 입고하는 한 업체도 "금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금을 살때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이자가 계속 나가고, 금도 바로 구입하기 어려워 기회비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농어촌특별세도 금 수입업자들에게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금 적격수입업자 10곳 중 실제로 금을 입고하는 곳은 1곳 뿐이다. KRX금시장 공급 금에 부과되는 농특세 0.6%로 인해 손실이 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업자가 골드바 1개를 팔면 약 0.3% 정도의 이득이 남는데 0.6%의 농특세 때문에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며 "지금 수입금을 입고하는 1곳은 FTA를 맺은 지역에서 무관세로 가져오는데 이마저도 쉬운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는 거래소가 금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내 추진하기로 한 유통업자 금지금 공급 허용, 협의대량매매 도입 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유동수 한국귀금속유통협회장은 "거래소가 금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통업자의 금지금 공급 허용, 협의대량매매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금거래 즉시 환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