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상황 하에선 허용해야…국가별 자체 판단도 존중
[뉴스핌=김동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현재 시험단계인 에볼라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키로 결정했다.
치사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무서운 전염병인 에볼라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나이지이라 수도 라고스에서 보건 관계자들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 AP/뉴시스] |
또한 현재와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평가해볼 도덕적 의무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료를 공유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시험단계의 치료제 투약에 앞서 치료 과정의 투명성, 환자의 사전 동의, 선택의 자유, 익명성, 환자에 대한 존중, 인간 존엄성의 유지, 지역사회의 기여 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WHO는 강조했다.
다만 당초 의학계에서 기대했던 치료제의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분배 기준이나 투약에 있어서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WHO는 이달 말 의료 윤리위원회를 다시 열어 현재 이용 가능한 시험적 단계의 치료제 등을 논의하면서 재차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HO 관계자는 "시험단계 치료제에 대한 사용 허가는 일종의 권고 내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회원국들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회원국들이 시험용 치료제가 위험해 사용할 수 없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할 경우엔 그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WHO의 입장은 아직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맵'(ZMapp) 등에 대한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사용 요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 등은 이미 시험용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WHO 사무부총장인 마리 폴 키에니 박사는 "WHO는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시험용 치료제를 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WHO는 현재 사용 가능한 시험용 치료제의 정확한 숫자를 모르며, 시험용 치료제 사용으로 에볼라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잘못된 희망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시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이 효과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키에니 박사는 "투약한 사람의 숫자 자체가 너무 적어 효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시험단계 치료제인 '지맵'을 투여했던 스페인 신부가 이날 사망함에 따라 향후 시험단계 치료제의 투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약의 효능과 부작용, 공정한 분배 등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