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김홍군 기자] 17일 오후 4시 마감된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부지 매각 입찰에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예상대로 참여했다. 재계 자산순위 1, 2위 그룹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부지 인수에 남다른 의욕을 보여온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입찰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입찰 마감 직후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다"며 "상세한 내용은 내일 결과가 나오면 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그동안 한전 부지 인수에 대한 의지를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입찰 참여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컨소시엄 이외에 입찰에 참여한 곳이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는 7만9342㎡ 규모로, 예정가 이상의 가격을 써낸 곳 중 더 많은 금액은 써낸 곳이 낙찰받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감정가는 3조3346억원으로, 한전에서는 감정가 이상으로 매각대금을 받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 설정한 상태다.
희박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곳이 한전의 기대수준 이하 가격을 제시할 경우 이번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일 오전 10시 낙찰자가 선정,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관련업계의 예상과 달리 그룹 차원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입찰했다. 이날 오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내이사들이 참석하는 경영위원회를 열어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에 어떤 지침을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감정평가액만 3조원이 넘는 이곳 부지의 규모를 감안하면 최종 결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올해 상반기 기준)이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는 부지 인수 예상가격을 고려해도 삼성전자 단독으로 감당할 수준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한전 부지 인수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입찰이 자칫 과열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부지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보다 꼼꼼한 검토를 벌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삼성그룹 차원의 테스크포스팀이 가동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한전 부지 입찰 참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분율은 5:3:2 비율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의 재가를 얻어 입찰 참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한전 부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10조원대 인수가격 제시를 점치는 시선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현대차가 17조6000억원, 기아차 5조7000억원, 현대모비스 6조1000억원 등 29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자금력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