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대체상품 찾기 어려워‥통안채 등에 대한 의존도 심화될 것"
[뉴스핌=김선엽 기자] 매달 많게는 4조원 이상 발행됐던 위안화예금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실종됐다. 보험사 등 국내기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던 위안화예금 ABCP가 사라짐에 따라 채권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예금 ABCP가 더 이상 발행되지 않고 있다. 7월 4조원, 8월 3조원 규모로 발행되며 국내 위안화예금 증가를 견인했지만, 9월 초 8000억원 가량이 발행된 이후 맥이 끊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7월과 8월 위안화예금 ABCP가 각각 4조원, 3조원 가량 발행됐는데 지난달에는 초반에 8000억원 가량 발행됐고 그 이후로 발행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안화ABCP 발행시 원-위안을 완전히 헤지하는 경우 얻는 환헤지 수익 추이 (원/달러 CRS금리-달러/위안 CRS금리, 1년물) <자료=동부증권> |
통상 국내 증권사는 위안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할 때, 환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환헤지를 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중국 금융시장에서 달러 자금이 마르면서 비정상적으로 환헤지 프리미엄이 늘어났었다. 덕분에 4% 정도의 고정금리를 발행사 측이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위안화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달러/위안의 현·선물 가격차이가 정상화됐다. 이에 환헤지 과정에서 더 이상 추가 수익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위안화예금 ABCP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환헤지를 거쳐 위안화예금 ABCP를 발행할 경우, 수수료를 제외하면 2%대 중반의 금리 밖에 안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채권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보험사의 한 투자운용역은 "위안화예금 ABCP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 쪽에서 처음에는 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막판에 가서 딜을 취소했다"며 "수수료를 제외하면 약속했던 금리를 제시하기 어려워지면서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예금 ABCP 발행이 줄면서 위안화예금의 증가세도 한 풀 꺾였다. 8월 한 달간 29억달러 늘었던 위안화예금은 9월 들어 3억8000만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위안화예금 ABCP 발행이 뚝 끊김에 따라 1년 미만의 국내 단기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단기시장 쪽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돈이 다른 단기 쪽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준비 중인 대체 상품이 있다면 그쪽으로 갈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안채 쪽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위안화예금 ABCP가 절대금리 대안이 없던 보험권 등의 대안투자로 역할을 했었는데 그 부분이 줄어드니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위안화 이외의 대외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해외상품 투자를 위해서는 또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국내 채권수요 압력이 더 높아지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