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남은 부양카드 '부족'…변동성 대비 필요
[뉴스핌=권지언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경기 둔화 신호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어 또 한번의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위기 때처럼 전폭적인 지원 사격에 나설 각국 정부의 실탄이 부족하다는 점이 시장 불안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출처:신화/뉴시스] |
펀더멘털 균열이 감지되면서 뉴욕 증시는 몇 주 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벌써 6.8%가 밀린 상태다.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슈퍼 달러 움직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달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유효한 상황이지만 달러 가치는 최근 기록한 4년래 최고치에서 내려왔다.
유가 시장 역시 90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 역시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갑작스러운 분위기 반전이 전 세계에 한 순간 파급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제 부문에서 (필요한) 리스크 감수는 거의 없고 금융 부문에서는 지나친 리스크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경기 회복이 지난 봄 예상보다 취약하며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 전반에서 고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재무장관 타르만 샨무가라트남은 "평균 이하의 성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 실탄 떨어진 정부 '어쩌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또 한번의 대형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막상 각국 정부가 이를 수습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위기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 관계자들은 점점 어려운 정책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끊임 없이 개입했던 중앙은행들 역시 이제 손에 쥐고 있는 부양 카드가 거의 다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자 재정 지출을 아끼지 않았던 주요국 정부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마주하고 있고, 저성장과 고용 침체의 늪에 빠진 국민들은 뼈아픈 경제 개혁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유로존 부채위기 당시 유로화 방어를 위해 "무슨 조치든" 취하겠다고 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랬던 것처럼 포괄적인 지원책을 쓰기도 어려워졌다.
지난 주말 IMF(국제통화기금) 회의에 참석했던 드라기 총재는 추가 조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ECB 한계를 공공연히 밝히며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재무장관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은 특히 유로존과 일부 개도국을 중심으로 성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투자자들과 가계, 기업 모두가 지갑을 닫고 있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과소평가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WSJ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 관계자들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둔화되고 있는 성장률을 보면서 우려하긴 마찬가지며, 유럽의 경우 어떤 부양책을 마련할지를 두고 컨센선스가 형성되지 않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도 전략적인 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소시에떼 제네랄 글로벌 자산투자대표 알레인 보코브자는 "연준이 긴축 시동을 걸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성장 전망은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로 변동성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 글로벌자산관리 대표 잔 로이스는 "최근 움직임이 단순히 기술적인 조정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펀더멘털 차원의 조정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펀더멘털 관련 이유가 있다고 보지만 그래도 기술적 조정에 무게를 더 싣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