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영화 ‘범죄와의 전쟁’), 살인마 (영화 ‘이웃사람’), 그리고 냉혈한 범죄자 아버지(영화 ‘화이:괴물이 된 아이’)였던 그가 이 모든 캐릭터를 뒤엎고 돌연 ‘포블리’(삼천포+러블리)로 돌아왔을 때, 대중은 김성균이 그저 섬뜩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언제나 기대하지 못했던 새 얼굴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자타공인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그는 첫 주연작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차기작으로 선택,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영화는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게 되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개봉일에 맞춰 김성균을 만났다. 마주한 그는 대뜸 “지금 ‘나를 찾아줘’랑 붙었다. 왜 벤 애플렉 인터뷰 안하고 여기에 왔느냐”고 너스레를 떨며 여유를 부렸다. 물론 이후로도 이런저런 농을 건네며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해갔지만, 얼굴 한편에 자리한 긴장감까지 모두 숨길 수는 없었다. 어느새 “사실은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끌 수 있다면 지금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라며 초조한 마음을 털어놓는 그다.
“언론 시사회 전날 꿈을 하나 꿨어요. 개울가에 둔 망을 건졌는데 파닥파닥하는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걸렸더라고요. 조금 더 담가놓으면 더 많은 물고기가 잡히겠다 싶어서 다시 물에 담갔죠. 그래서 극장 개봉 내릴 때까지 관객이 계속 들어와서 조금 더 걸어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어요. 근데 장 감독님이 셋째 가지는 꿈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아, 근데 후자면 좀 곤란한데(웃음)….”
“장 감독님이 던져서 덥석 물었죠(웃음). 사람들이 한동안 삼천포로만 보니 변화를 줄 적당한 포지션이 필요했어요. 물론 엄마나 형제 코드도 좋았고요. 안할 이유가 없었죠. 삼천포의 부드럽고 엉뚱한 이미지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위한 과정 중 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해요. 물론 이번에도 평범하고 약간 코믹한 이미지지만, 다른 옷을 갈아입기 전에 딱 알맞은 역할이었죠. 게다가 심적으로 힘들게 하거나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서 몰아가는 영화가 아니라 기분 좋게 편하게 보는 영화라 거침없이 선택했습니다.”
하연은 어릴 적 가족과 헤어진 후 우연히 계룡산 보살을 만나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인물.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신수가 훤히 보일 만큼 용한 무당인 그의 전문 분야는 굿이다. 물론 무당이라는 직업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진 않지만, 김성균은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위해 무속인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굿에도 직접 참여했다. (조진웅의 말을 빌리면) 무속인들이 신 내림 받아도 될 듯하다고 했을 정도로 남다른 소질(?)도 보였다.
“응원 차원에서 해주신 말씀이죠. 원래 연기하는 사람을 ‘굿쟁이’라고 해요. 새로운 캐릭터를 받았다가 떠나보내는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어요. 다만 우리 정서상 어느 정도 무속 신앙을 믿잖아요. 아예 피해갈 수는 없죠. 초등학교 때 받은 행운의 편지가 제 인생의 최대 난관이 됐던 거처럼?(웃음) 근데 이번에 확실히 느낀 게 그분들도 일상에서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였죠. 물론 본인들의 전문분야로 들어가면 카리스마가 나오지만요. 굉장하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려고 노력해요. 다만 이번 달은 홍보 활동에 영화 촬영이 겹쳐서 유독 바빴죠. 평소에는 바쁜 듯 보여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쉬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땐 괴물로 변신하고 호랑이도 됐다가 그래요. 파워레인저도 조립해주고 책 읽어달라면 읽어주고요. 웬만하면 밖에 자주 데리고 나가려고 하고 해달라는 것도 해주는 편이죠. 그리고 아빠가 촬영해야지 파워레인저도 사주죠. 안 그래요?(웃음)”
파워레인저보다 더 든든한 아빠라는 이름 아래 그는 남은 2014년도 쉴 틈 없이 보낼 예정이다.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며 영화 ‘살인의뢰’ 촬영 현장을 동시에 오간 그는 요즘엔 홍보활동과 함께 영화 ‘여름에 내리는 눈’ 촬영에 한창이다. 또 조성희 감독의 신작 ‘명탐정 홍길동(가제)’에도 캐스팅된 상태다.
“물론 저 역시 쉬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언제 또 이렇게 저를 찾아줄까 싶기도 하고요. 저희 일이란 게 몰릴 때는 확 몰리고 어떤 때는 한 달 넘게 쉴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지금이 더 행복하죠. 요즘 하는 고민 역시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래, 꾸준히 연기할 수 있을까 고요. 물론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요. 다만 즐기면서 계속 열심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죠. 너무 욕심내지 말고요. 너무 전형적인 대답인가? 그래도 진심입니다(웃음).”
“영어 울렁증, 상연 역이었으면 출연 안했을 거예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