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긴급 설문...내년말까지 1.5~1.75%로 낮춰야
[뉴스핌=김민정 기자] 경제전문가 10명 중 6명이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말까지 현재 2%에서 1.50~1.75%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문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뉴스핌이 지난 26일 경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뉴스핌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인 6명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KDI의 주장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내년 말 적정 기준금리에 대해서 응답자 중 4명은 1.75%, 3명은 1.50%를 제시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6명이 ‘약간 있다’로 가장 많았으며 1명이 ‘매우 높다’로 답했다. 70%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별로 없다’에 응답한 전문가는 3명이었다.
◆ KDI·전문가 “디플레 가능성…금리인하 해야”<뉴스핌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으로부터의 중요한 교훈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비대칭적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는 신속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통화당국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 했다는 점에 주목해 한은의 선제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은 경제여건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정책대응이 불충분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 선망은 오차가 줄어들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약간 있다’고 답한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코노미스트)은 “수요가 부진하고 공급측면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공산품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디플레 우려가 과도하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에서는 경계할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내년에도 근원물가를 2%대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디플레로 갈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1%대 물가의 가장 주된 원인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라며 “농산물과 석유로 가격이 예전의 상승률 만큼 움직였다면 얼마가 됐을까 보니 소비자물가가 2.4%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현 단계가 디플레는 아니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물가가 내려가는 게 광범위한 것이 아니라 농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직 현 단계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사상최저 수준인 2%로 내린 기준금리가 현재 경기를 뒷받침 하는 상황이라고도 언급한 바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큰 디(D)인가 작은 디(d)인가
이 같은 인식 차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물가가 장기간에 걸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대한 견해 차에서 기인한다. 즉 물가가 상승폭을 계속 줄이다 보면 언젠가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성장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임노중 팀장은 “11월 물가가 잘못하면 0%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만일 11월에 소비자물가가 0.8~0.9% 정도 나오면 디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대만의 디플레이션 경험처럼 부동산이나 IT부문에서의 버블붕괴와 같은 경제 충격이 있지 않는 이상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더욱이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물가가 지속될 수는 있어도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 후반을 가리키고 있는 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이션은 극단적인 상황”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설문조사 응답자 :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선임연구원,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오규택 중앙대 교수,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위원,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최배근 건국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가나다 순)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