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WTI, 내년 1~2분기 87~88달러 예상"
[뉴스핌=김성수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장관회의에서 하루 평균 3000만배럴인 산유량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회원국들이 추락하는 유가 하락을 방어할 목적에서 원유 생산량 감축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생산량 유지를 고집한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반대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제 시장은 앞으로 원유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주요 기관들은 ▲수급적 요인 ▲달러 강세를 근거로 들며 세계 원유 가격이 내년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 EIA "내년 초과 공급에 유가 하락할 것"
미국에너지정보청(EIA) 등 글로벌 주요 기관들은 수급적 요인을 감안해 내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삼성선물] |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특징적인 것은 EIA가 지난달 하향 조정했던 2015년 OPEC 생산 전망치를 한 달 만에 42만배럴로 상향 조정한 것"이라며 "이는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을 EIA가 미리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달 월간보고서에서 내년에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년 1분기에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공급에서는 생산 증가가 지속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석유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OPEC는 지난 12일 발표한 월간보고서에서 내년 석유 수요·공급 전망치를 직전월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차이를 보였다.
홍성기 연구원은 "이는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할 경우 유가 하락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며 "물론 OPEC 자료가 다른 기관들 자료와 원천이 다른 데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美달러 고공행진도 유가 하락 요소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것도 유가를 끌어내릴 요소로 지목된다. 유가는 달러로 표시·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유가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EIA 재인용)] |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연율 3.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발표된 잠정치 3.5%를 웃돈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 3.3%도 넘어선 결과다.
미국 고용시장도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5.8%로 집계되며 연준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했던 2012년 9월의 7.8%에서 뚝 떨어졌다.
반면 유럽은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고 일본도 소비세 인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형편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달러 강세가 유지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는 달러 강세가 원유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경우 원유 수입국에선 자국 통화로 표시된 유가가 상승해 원유 수요가 줄어든다"며 "반대로 수출국 입장에서는 생산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도 유가 약세를 이끄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 주요IB "내년 유가, 하향 안정화 예상"
씨티은행·도이체방크·바클레이스 등 25개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에 따라 유가가 내년에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
다만 세계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 하반기 유가 수준은 상반기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WTI 가격 전망치로는 내년 3분기에 배럴 당 91달러, 4분기에 배럴 당 94달러일 것으로 관측됐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세계 경기가 완만한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경우 원유 수요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반면 공급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초과공급 상태가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