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둔화, 디플레 압력 등 고려해야
[뉴스핌=이영기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로 유가가 하락하자 우리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다 보수적으로 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공포를 지워줄 요인이 하나 소멸하는 면도 있지만 중국, 일본과의 경합으로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OPEC회의 결과의 증시영향에 대한 분석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최근 엔저 완화와 달러강세 등으로 환율 부담이 일부 경감됐지만, 구조적으로 중국의 추격과 일본과의 경쟁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유가 하락이 글로벌 수요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면, 국내기업의 가파른 수출개선과 국내총생산(GDP) 증대폭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6일자 배런스온라인 블로그 뉴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재우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라운드테이블에서 "국제유가가 20% 하락하면 한국 GDP는 최대 0.9%포인트 올라가고 물가는 최대 0.5%포인트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국제수요 둔화에 따른 요인을 고려할 때 이런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펀더멘탈 면에서 저유가는 그 추세가 심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위축과 디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근 미국, 일본과 유로존 등과 심지어 국내에서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유가의 추가 하락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지난 1980년대과 같이 글로벌 경기가 뒷받침 되는 상황에서는 유가 하락이 증시에 상당한 모멘텀을 제공했지만, 최근에 신흥시장 증시는 원자재 가격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런 시각에서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선 지금부터 1분기까지는 유럽 경기모멘텀과 국제 유가 회복 여부가 중요한 투자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디플레이션 붐 사이클′의 종료에 대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유가상승과 함께 디플레이션 공포도 사라진다는 것.
미국 뿐 아니라 유로존 등에서 회복이 가시화되고 성장에 대한 신뢰가 강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시장에서는 내년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는 시점에 ′디플에이션 붐′에서 ′인플레이션 붐′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형성돼 있다.
국내 증시에서 수출 경기민감주도 핵심 상승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의 형성이고, 유가 레벨 상승이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모멘텀이 된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기대비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하방압력 지속되는 양상이다. 최근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과거 90년대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각마저 일고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는 1%대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며 "유가하락이 국내 경제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최근 부각된 국내 디플레 압력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반영해서 유가 하락의 영향은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정유·화학 업종에 대해서 보수적인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고려할 지점이 있다고 한 요인도 추가 유가 하락을 우려한 투자심리 위축이다.
이와 달리 과거처럼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럽 증시가 전일 대비 상승 마감했고 글로벌 경제전체로 볼 때도 개인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을 지원한다는 점을 본 접근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이 유가하락에 대한 답을 살짝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이벤트가 중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증시 강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엔화 약세 부담을 덜었고 유로존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독일에게 할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년 초 ECB 의 QE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
직접적으로는 북미 셰일원유 프로젝트 채산성을 압박해 미국의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 붐'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등의 파급으로 유가하락이 미국과 선진국의 증시 하락의 신호라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