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조련사는 그 기술이나 능력에 따라 여러 등급이 있는데, 2급 조련사는 주로 회초리로 말을 때려서 길들이고, 1급 조련사는 당근과 회초리를 함께 쓴다고 한다. 그러나 특급 조련사는 회초리를 전혀 쓰지 않고 당근만 가지고 훈련시켜서 훌륭한 말을 길러낸다고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건희 에세이’
최근 이동통신3사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형사고발 및 과징금 조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에 따른 정부의 당연한 채찍이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지는 의문이다.
방통위는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와 유통점이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이통3사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 유통점에 총 3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통3사는 애플 아이폰6 등 구매자들에게 최대 70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 불법 경쟁을 했다. 10월 1일 단통법 시행 후 한달 만에 벌어진 위법인 만큼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예고돼왔다.
방통위는 이통3사 각각 8억원씩 과징금을 부과했다. 단통법상 최대 정액 과징금이 8억원이다. 지난해 12월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유로 이통3사에 총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올해도 수차례 영업정지 등 처벌이 이어졌다. 이통3사가 1000억원대 과징금을 맞기도 했는데, 이번엔 겨우(?) 24억원에 그친 것이다.
아이폰6 대란 후 정홍원 국무총리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과징금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제재를 가하도록 할 것”이라며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쪽으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최대한 제재는 8억원, 시장 환경 조성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로 남게 됐다.
방통위는 또 휴대폰 매장 여러 곳을 거느린 대형 유통망에 대한 형사고발도 검토 중이다. 단통법 위반 시 단일 매장에 부과하는 100만원대 과태료를 똑같이 적용해선 법 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년 초엔 불법 보조금을 맡아 조사하는 ‘단말기 보조금 전담과(가칭)’도 신설될 예정이다. 이통3사와 유통망에 대한 ‘회초리’가 더 세지는 것이다.
기업이 단통법 위반 시 형사고발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를리 없다. 그동안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과징금을 수차례 받았는데도 왜 위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일까?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해 법을 준수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게 됐다. 처벌이 엄격해질수록 이에 따른 탈법 및 신종 위법 행위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회초리가 법 준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불법이 있을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법 준수를 하도록 ‘당근’을 쓰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준법은 당연한 의무다. 다만 불법이 반복된다면 법을 준수하도록 시장 환경 등 구조를 개선하고, 법 준수 시 기업에 해가 안 되도록 구조를 다시 구체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본다.
방통위가 특급 조련사는 못 되더라도,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1급 조련사 정도는 돼야 할 때다.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