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모영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특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하늘 제공] |
[뉴스핌=장주연 기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극장가를 장악하던 ‘인터스텔라’의 독주에 제동을 걸더니, 지난주 금요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고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적 관객수 163만3979명이다.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보다 빠른 속도다.
개봉 후 3주가 지났지만, 영화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측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GV아트하우스에서 특별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가 자리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진모영 감독에게 가장 먼저 간 질문은 단연, 흥행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정말 놀라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취재진과 관객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진 감독은 “처음에는 40, 50대가 와서 볼 거로 생각했다. 시골에 혼자 계시는 부모가 계실 거고 그들의 사랑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20대도 많이 오길래 지인에게 물어봤다. 자기 세대들의 사랑 주기는 굉장히 짧고 썸이니 밀당이니 그 과정도 힘들다더라. 그러다 보니 순수한 사랑, 완전한 사랑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출연한 고 조병만, 강계열 부부 [사진=이거스필름 제공] |
160만 국민을 울렸던 영화는 고 조병만, 강계열 부부의 일상을 담았다. 진 감독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 2012년 여름이었다. 18년 차 방송국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그는 우연히 2011년 방송된 ‘인간극장’을 봤다. SBS 신년특집 4부작 속 주인공이었던 노부부가 커플 한복을 입고 횡성 오일장에 나선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들의 사랑에 감명받은 진 감독은 자연스럽게 촬영을 결심했다.
첫 만남을 추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촬영 결심 후 연락을 드리고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또 다른 사람이 나와 있었다. 바로 부부의 큰 딸. 어찌 보면 자식의 입장에서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진 감독은 예상치 못했던 장시간의 면접(?)을 치렀다. 물론, 결과는 성공이었다. 두 분은 흔쾌히 촬영에 동의했고 자녀들은 부모의 의견을 존중했다.
진 감독은 “이 시대 부부, 연인에게 두 분의 모습을 통해 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순수한 분이셨고, 촬영 이후를 계산하는 분들이 아니셨다. TV에 나오는 것도, 당신들이 출연했던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하셨다. 오히려 중간에 건강이 안 좋아지면 촬영이 중단될 수 있으니 걱정했다. 두 분이 힘들까 봐 자녀들이 걱정했지만, 해보고 싶다고 하셨고 자녀들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진행된 촬영은 그야말로 리얼이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스태프는 투명인간이 됐고, 카메라로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몇몇 관객들의 의심을 산 한복은 물론, 시종일관 장난을 치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100% 사실이었다. 진 감독은 “할머니의 유일한 불만이 할아버지의 장난이었다”고 말하면서 뒤에서 잡아온 뱀을 넘겨서 할머니가 혼절한 이야기, 할아버지의 장난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애가 떨어진 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그는 “설정 의혹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 방송을 보고 정말로 저럴까는 생각을 했다”며 “죄송한 이야기지만 초반에는 직접 검증도 했다. 카메라 없이 불쑥 찾아가 보기도 하고 직접 여쭤보기도 했다. 그런데 15개월 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같더라.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고 캐릭터인 거”라고 명확히 했다.
물론 촬영 기간이 항상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모든 게 물거품으로 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관객들을 한없이 울렸던 그 장면, 할아버지의 죽음을 진 감독은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다. 감독이기 이전에 몇 개월 동안 함께 그들을 지켜본 이로서 마음은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촬영 중에 출연자가 죽는다는 건 굉장히 경험하기가 힘든 일”이라며 “오랫동안 정들었던 사람이 아프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 그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온종일 촬영하고 그 이별의 과정을 담아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어떤 분들은 그게 드라마적인 폭발력을 가져서 영화가 어필할 수 있었다고들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왼쪽) 감독과 고 조병만(오른쪽), 강계열(가운데) 부부 [사진=이거스필름 제공] |
영화가 흥행한 지금, 그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홀로 남은 할머니에 대한 걱정. 앞서 진 감독은 언론에 호소문을 배포, 흥행수익 면과 관객들이 영화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를 찾아가거나 취재진이 과도한 취재를 하는 것은 삼가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진 감독은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출연자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물론 어떤 충격으로 할머니께서 피신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다만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어떤 위험들이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 방지한 것”이라며 “할머니께서는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고 영화가 잘돼 기뻐하신다. 다만 이런 관심이 반갑기도 하지만 어떨 땐 두렵다고 하시다더라. 그저 전 할머니가 늘 편안하고 안전하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드린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억 2천만 원의 제작비로 116억 원의 수익을 낸 것과 관련, “저희가 수익에 대한 부분을 숨기려는 건 아니다. 여기에 대한 당부를 드린 것도 할머니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오직 그 생각뿐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당신이 편안하시고 행복하지 않으면 저희는 무척 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저희 같은 독립영화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제작 초반에 힘을 받기가 어렵더라. 앞으로도 더 많은 독립 영화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부분까지도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을 계기로 더 많이 논의됐으면 한다”며 “배급, 투자 쪽의 관심은 물론, 한국 관객들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