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역차별 안돼…대규모 투자 유도"
[세종=뉴스핌 최영수 함지현 기자] 투자 부진을 타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속수감 중인 기업인들을 가석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빠져드는 심각성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인들의 경영을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여론에 휘둘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26일 정치권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 기업인들의 가석방을 건의했다.
최 부총리는 앞서 지난 10월 관훈클럽토론회에서도 "일반인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을 검토하는데 기업인이라고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기업 투자가 굉장히 부진한 상황에서 요건이 됐음에도 석방하지 않는 것은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기업인의 가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기업인들이 가석방을 받고 나와서라도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기업 보고 투자하라고 하는데 투자는 오너 결심 없으면 못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이 문제를 전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발언은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8%로 낮춰잡았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이보다 낮은 3.5%로 전망했으며,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3% 초반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같은 성장률 하락세는 무엇보다 투자 부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설비투자 상황은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2011년에는 전년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4.7%였지만, 2012년 0.1%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1.5% 감소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설비투자뿐 아니라 건설투자 역시 토목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연간 설비투자자 12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30조원 이상의 신규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투자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돌아와야한다는 얘기다.
한편,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한 모범수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조건부 석방을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고 형이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형제와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해 가석방 요건을 채운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측면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연초가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함지현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