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가입 등 온건·개방정책 추진…여성인권 신장 노력
[뉴스핌=김민정 기자] 23일(현지시각) 폐렴으로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91)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사우디 왕가의 6번째 국왕이다. 선왕인 파흐드 국왕이 뇌졸중으로 사망하자 81세의 나이로 지난 2005년 8월 왕위에 오른 그는 지난 9년 반 동안 사우디를 통치해왔다.
1924년생인 압둘라 국왕은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7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0번째 아들이다. 그는 11명의 부인과 35명의 자녀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출처: 텔레그래프] |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의 지배자로서 압둘라 왕은 재산이 190억달러에 달해 사우디의 3대 부호로 꼽힌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압둘라 국왕은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군사적 도발에 맞섰으며 교과서에서 극단적인 표현들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등 온건주의를 표방했다.
여성인권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2013년 1월 국회에 해당하는 법률 심의·지문 기구인 슈라위원회 위원 150명 중 20%인 30명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왕령을 발표했으며, 2011년엔 '아랍의 봄'으로 분출한 민주화 요구에 대응하고자 여성의 참정권을 승인했다. 또 여성들이 슈퍼마켓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처음으로 여성차관을 임용했다.
그러나 여성인권을 위한 약속이 다 이뤄지진 않았다. 여성의 자가용 운전을 허용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사우디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했으며 올해부터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기로 하는 등 이전 사우디 국왕과 비교해 개방적인 면모를 보였다. 원유 수입으로 축적된 자금력을 이용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주도했으며,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도 정책의 초첨을 맞췄다.
새로 왕위에 오르는 살만 국왕은 1935년생으로 전 국방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 역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수행 능력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이먼 헨더슨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공영 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살만 왕세자가 최소한 한 번의 뇌졸중을 겪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