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대기업 중 유일 참여…본입찰 불참 가능성 열어놔
[뉴스핌=이연춘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열쇠를 쥔 금호산업 인수에 신세계그룹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기업 중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신세계가 유일하다.
신세계는 26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금호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따라오는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때문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항공업과 관련이 많은 호텔업과 면세업 등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손에 넣을 경우 막대한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는 롯데와 호텔신라 등 유통대기업들도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였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금호터미널은 신세계가 2013년 장기 임차한 곳이기도 하다. 광주신세계백화점 용지 소유주는 금호터미널로 2013년 신세계 측에 백화점 건물·용지를 20년간 장기 임대하기로 하고 5000억원을 받았다.
향후 기대가 예상되는 항공 수요도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신세계 측은 이날 공시답변에서 "본 입찰 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인수 의지가 있다는 '긍정'도, 없다는 '부정'도 명확하게 내놓지 않아 갖자기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금호산업 LOI 제출을 마친 신세계 정 부회장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꽃놀이패'를 쥐고 금호산업 인수전과 금호아시아나를 통째로 뒤흔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IB 관계자는 "정 부회장에게 이번 금호산업 인수전은 꽃놀이패다. 이기면(인수) 이기는 대로 덕을 보게 되고, 지더라도(실패) 책임론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 부회장 입장에선 인수가 됐든 경쟁사 롯데를 향한 견제용이 됐든 손해볼 게 없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가 '인수'보다는 경쟁사 롯데 '견제용'일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M&A 시장에 나왔던 하이마트, 전자랜드, 웅진코웨이 등 매물에 무관심한 척 하다가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인수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등 주판알 튕기기에 바빴다. 인수참여를 결정한 이후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상대방 교란작전에 나서기도 일쑤였다. 상대 진영이 인수할 경우 치열한 유통업계 1위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데의 행보는 아직 잔잔하다. 다만 일부 LOI 제출 사모펀드(PEF) 뒤에 롯데가 참여할 수 있는다는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의 고민은 롯데의 인수전에 참여 여부다. 정황을 살펴보던 신세계는 롯데그룹이 단독으로 LOI를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사모펀드와 손잡고 간접적으로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의향서가 마감됐지만 내지 않은 기업도 아직 참여 할 수 있다"며 사모펀드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나설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사모펀드의 투자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말 거래 완료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인 오릭스 및 현대상선과 함께 이지스일호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롯데 고위 관계자는 "국내 최대의 렌터카업체인 KT렌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추가 M&A에 부담스럽다"며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