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적대적 M&A' VS '주주권한 행사' 맞서
[뉴스핌=김지나 기자]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동제약이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녹십자가 추천한 이사 선임안을 처리한다.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지난달 등기이사와 감사를 각 1명씩 선임해달라며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두 회사는 이달 주총에서 이사, 감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녹십자 측이 이사진 가운데 '감사'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동제약은 녹십자를 향해 ‘적대적 M&A' 시도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반면, 녹십자는 '주주로서 정당한 권한행사'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상법 412조는 감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임무를 지니며 언제든지 이사회에 영업보고, 재정상태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동제약이 녹십자의 주주제안을 받아 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될 감사는 총 2인. 일동제약은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녹십자는 감사로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각 선임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참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녹십자 측 후보가 감사를 맡을 경우, 일반 기업의 감사와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짙다.
일반적으로 감사는 회계 및 자금집행 상태를 항상 점검하는 등 감시감독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과정에서 혹시 표출될지 모르는 회사 문제점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은 통상적으로 자사에 우호적인 사람을 감사에 앉힌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2명의 이사도 선임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임기가 끝나는 이정치 회장(사내이사), 서창록 고려대 교수(사외이사), 그리고 녹십자가 추천한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양 측은 주총 열흘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주식 지분율은 29.36%(735만9773주)로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의 격차는 3.16% 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실제 양사 간 의결권 격차는 1.8% 포인트에 불과한 상태다.
결국 기관투자자 피델리티(보유지분율 8.99%)와 다른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에 따라 녹십자측 인사의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