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5개월만에 깜짝 금리인하 단행
[뉴스핌=우수연 기자] 3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연 1.75%로, 1%대에 진입했다.
12일 한은 금통위는 올해 세번째 기준금리 결정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 내린 1.7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월과 10월 인하 이후 5개월만에 금리 조정이다.
본래 시장의 컨센서스는 이달 동결, 다음 달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동시에 인하를 내다봤다. 하지만 한은의 이달 금리인하는 시장보다 한발 앞서 조치를 취함으로써 금리인하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김학선 기자 |
또한 자본 유출입의 측면에서 한은이 내외 금리차보다 최근 환율 동향, 국내 경기 펀더멘털 등 전반적인 상황에 주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낮추면 금리격차가 줄면서 채권투자자들의 원화채권 투자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 모두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이같은 자금유출입 우려는 크지 않다고 진단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자본이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자본 유출이 내외금리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 어디까지 가느냐에 달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화채권의 외국인 보유잔액은 통안채 위주로 100조원 내외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반면 자금 유출입에 더욱 민감한 주식시장의 경우 지난 1월까지 외국인 순매도 기조가 나타났으나 2월부터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2월 중순 유로존의 양적완화 시행이 결정되면서 펀더멘털이 우량한 신흥국 위주로 외부 자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풍부한 유럽계 유동성 자금의 한국 주식시장 유입을 염두에 두고 금리 인하를 결정했을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대한 한은의 확고한 자신감을 떨어뜨린 것은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해석한다. 특히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고 마이너스를 나타낸 물가지표에 한은도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까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공급측면의 기조적인 물가하락이라고 설명해왔으나, 마이너스 물가지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제까지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 우리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지금부터 손을 놓고 있다면 언제든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오전 11시 20분부터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 만장일치 여부, 한은의 현재 경기 판단 등을 설명한다. 경제주체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총재의 답변을 통해 이번 인하가 마지막 금리 인하가 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