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직무 경험 중시…SK·LG는 인성 중심 채용
[뉴스핌=추연숙 기자] 바야흐로 '공채 시즌'이다. 국내 4대 그룹의 상반기 신입사원 입사지원서 접수가 한창이다. 철저한 준비로 취업 문턱을 넘겠다는 준비생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러나 바로 알고 준비하지 못하면 입사의 길은 멀다. 4대 그룹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고 준비해야 할까.
17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상반기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를 비교해 보니, 지원 분야의 직무와 관련한 경험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가를 중요한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신입 공채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SK그룹과 LG그룹은 '탈 스펙' 분위기를 주도하며 자기소개서 중심의 인성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4대 그룹 2015년 상반기 공개 채용 입사지원서 입력사항 비교 (표=송유미 미술기자) |
우선, 오는 20일까지 입사지원서를 받는 삼성그룹은 직무와 관련된 입사 희망자의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서에는 생년월일, 학력, 전공, 학점 등의 기본 인적사항과 함께 '인턴 등 직무 관련 경력사항', 동아리, 스포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활동 등의 '대내외활동'에 대해 별도의 기입란이 마련돼 있다.
삼성그룹은 또한, 취미와 특기, 존경하는 인물 및 그 이유를 지원서에 적게 한 점도 특징이다. 이와 관련, 김석중 겟더잡 취업컨설팅 수석 컨설턴트는 "존경하는 인물로 기업의 정체성(아이덴티티)와 자신의 가치관이 합치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취미와 특기는 '같이 일하는' 곳인 기업에서 자신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삼성그룹은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게 한 '에세이'의 문항에서도 직무와 관련한 경험이나 역량을 주로 요구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회사의 비전에 대한 견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 경험 ▲조직 활동 경험 ▲업계에 대한 이해 등의 문항이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상반기 정기채용 지원 접수를 시작해 지난 13일 접수를 마감했다. 현대차그룹도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을 중시한다.
현대차그룹 입사지원서에는 기본 인적사항 이외에 인턴 등 직무 관련 '경력사항', '학회활동', '수상내역' 등에 대한 별도의 기입란이 마련됐다. 기입란을 비워두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 시절에 미리 인턴, 학회, 공모전 등의 직무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하는 셈이다.
지원서의 '자기소개서'는 3000자 분량의 장문 에세이 형식이다. 500~1000자 분량의 3~4개 문항으로 제시하고 있는 타 그룹들과는 달리,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해당 직무 분야에 지원하게 된 이유와 직무에 대한 본인의 역량을 서술하라"는 단일 문항을 제시하고 있다.
지원자가 스스로 개요를 작성해보고 설득력 있게 전체 글의 구성을 풀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SK그룹은 오는 20일까지 입사지원서를 접수한다. SK그룹은 ‘탈(脫) 스펙’ 추세에 맞춰 과감하게 인턴경력, 대외활동, 수상내역 등을 기입하는 난을 없앴다. 지원서에는 이메일, 생년월일, 성별 등의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최종학력 외에는 요구하는 사항이 없다.
대신 SK그룹은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문항을 제시한다. 지원자는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그 극복 사례 ▲조직 생활 경험 ▲목표 달성 경험 ▲다른 방식 도전 경험 ▲입사 준비 사례 및 입사 후 포부 등에 대해 각 문항 당 1000자 분량씩 서술해야 한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오는 19~24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경험, 봉사활동, 가족관계 등의 지나치게 자세한 인적사항이나 스펙성 경력사항에 대한 기입란을 없앴다.
LG그룹의 입사지원서도 SK와 유사하다. 이름, 성별, 연락처 등 최소한의 인적사항과 공인어학성적만 입력하면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 페이지로 넘어가게 돼 있다. 인적사항 기입란을 채우는 데에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자기소개서에서도 직무와 관련된 경력사항보다는 지원하는 직무와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주로 요구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문항은 조금씩 다르나 대체로 ▲회사 및 직무에 대한 지원동기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준비한 바 ▲솔직한 자기 소개 ▲본인의 열정과 역량 ▲성취경험과 실패경험 ▲10년 후 계획 등을 적도록 했다.
김석중 취업 컨설턴트는 "기업들의 인재 채용 방식이 점차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핵심역량만을 평가하는 체제로 가고 있다"며 "핵심역량 기반 평가는 대기업 인사(HR)체계에서 예전부터 적용돼왔는데 이제 신입사원 채용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취업준비생들은 지원 기업이 속하는 산업 전반, 기업의 방향, 해당직무의 업무방식을 파악하고, 자신의 직무역량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지원 기업에 대한 사명감, 직무에 대한 소명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