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측 이사진 진입 실패.."결과 겸허히 수용"
[뉴스핌=김양섭 김지나 기자] 2대 주주인 녹십자측과의 경영권 분쟁이 예고됐던 일동제약의 주주총회가 표 대결없이 싱겁게 끝났다. 일동제약 주가는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했다.
20일 일동제약은 주주총회에서 녹십자의 경영참여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일동제약 이사진 진입에 실패했다.
일동제약은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에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재선임하고, 이사회가 추천한 서창록 고려대 교수,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에 선임했다. 녹십자가 추천한 이사 1인, 감사 1인은 모두 선임이 불발됐다.
2명을 선임하는 이사안 건에서는 일동제약 측 후보 이정치 대표, 서창록 이사후보가 순서대로 먼저 가결되면서 세 번째 후보인 녹십자 측 후보 안건은 폐기됐다.
또한 녹십자 측 감사 후보 안건은 일동제약이 과반 이상의 반대의결권을 확보해 표결없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89.2%가 출석했으며 이 가운데 일동제약 측이 가결 요건인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 일동제약 "녹십자와 상생", 녹십자 "권리 행사 지속 매진"
이에 따라 일동제약과 녹십자 경영권 분쟁은 우선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측의 이사진 진입 불발로 일동제약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지난달 등기이사와 감사를 각 1명씩 선임해달라며 주주제안서를 일동제약 측에 발송했다. 일동제약은 "적대적 M&A(인수합병)"이라며 반발했고 녹십자는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팽팽히 맞섰다.
윤웅섭(사진) 일동제약 사장은 이날 주총이 끝난 뒤 "일동제약은 앞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하겠다"며 "녹십자와 상생, 서로간 신뢰를 위해서도 많은 소통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주식 지분율은 29.36%(735만9773주)로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의 격차는 3.16%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실제 양사 간 의결권 격차는 1.8% 포인트에 그친다.
이사 선임에 실패한 녹십자측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측은 "녹십자는 상법으로 정해진 주주의 권리행사를 했고, 이번 주주제안에 대한 의결 결과는 주주 다수의 의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서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해 권리 행사에 지속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 '실망매물'..일동제약 주가 '급락'
이날 일동제약 주가는 12%포인트 이상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전날 4%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장초반 오름세를 보였지만 녹십자측의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소식이 전해진 뒤 급락세로 돌아섰다. 안건 부결 직후 마이너스 10%대까지 밀렸던 주가는 전날대비 6.91% 내린 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녹십자 주가는 9.76% 상승한 18만원에 마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애널리스트는 "녹십자 주가는 이날 이슈와 상관 없는 것 같고, 일동제약은 향후 팽팽한 접전이 진행될 경우 주권 확보에 양측이 열을 올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기대감이 일단 수그러든 탓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달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부각되면서 급등한 뒤 변동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9일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그 다음날에는 장중 13%상승세의 보합권의 범위내에서 움직이는 등 주가 변동폭이 확대됐다.
다만 주가가 오른 뒤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M&A 이슈에 민감한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한 매매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도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이 매수, 매도 창구 1위를 기록했다.
일동제약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키움증권 HTS>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김지나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