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팔 다주택자, 이자부담 줄이고 원금은 월세로 갚아
[뉴스핌=한기진 기자] #1.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씨(50)는 1가구 2주택자다. 투자목적으로 3년전 구입한 서울 금호동 20평대 푸르지오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25일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은행에서 3억원을 빌리면서 3.80%의 변동금리로 이자를 내는데, 2.63%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서 이자를 1.17%포인트나 아낄 수 있어서다. 매달 이자로 95만원 내던 것이 66만원으로 줄어 30만원 아낀다.
박씨는 “원금을 갚아야 해서 부담이 된다고 하지만,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면 원금이 83만원에 그쳐 예전에 비하면 추가부담은 50만원 늘어난 셈”이라며 “투자한 아파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에 임대를 주고 있어 저축하던 것을 일부 원리금으로 갚으면 되고, 2년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매각할 생각이어서 월세 1년치로 대출원금을 갚고 대출이자는 아끼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라고 했다.
#2. 서울 마포구에 사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 윤씨는 “부동산투자는 레버리지(차입투자)”라는 철학을 신봉한다. 최대한 자기자금은 적게 하고 대출이 많아야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 2%대 주택대출이 나오자 쾌재를 불렀다. 그는 논현동에 갖고 있는 원룸 대출금리가 4%나 되는데 3년거치 대출이 내년에 끝나, 이 참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 금리가 오르면 수익형부동산 수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2%대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수익형부동산은 원금을 잘 갚지 않는 게 맞지만, 여러 대외 위험과 낮은 금리를 감안하면 좋은 기회”라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을 시중은행 대출 가운데 1인1주택 보유자로 제한하지 않고, 1인 1건 대출로 해주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다.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기 때문에 거의 모든 아파트와 수익형부동산이 갈아타기 대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자의 갈아타기 특징을 보면, 만기를 30년으로 최대한 길게 하고 거주 부동산이나 투자용 부동산 가운데 대출규모가 가장 큰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안심전환으로 갈아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자로 이들 상당수가 투기적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5~7년 사이에 부동산을 매각해 상환하는데, 이 기간 동안 금리를 낮춰준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높은 대출금리로 부채해결이 더 시급한 2금융권 대출자는 안심전환대출에서 빠져,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보험사, 신협, 단위농수축협, 새마을금고 등은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이 담보력이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때 이용한다. 그래서 대출금리가 3~4%포인트 높다.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125조원으로 이자만 내는 고객으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는 규모는 110조원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자들의 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전산 개발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환 대상에 2금융권 대출을 포함하지 않았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가계부채 상환 여력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지원이 절실한 서민들,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에 고통 받은 제2금융권 거래자, 금리차가 1.0% 이상인 고정금리 거래자 등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