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호주 등 미국 우방국들, 중국 지지로 기울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내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의 글로벌 준비통화(reserve currency) 편입 추진에도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 뉴시스> |
현재 중국은 올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평가하는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편입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안화가 SDR통화에 편입된다면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닫혀있던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속도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 비중은 각각 41.9%, 37.4%, 11.3%, 9.4%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오는 11월 IMF 상임이사회에서 SDR 통화 바스켓에 중국 위안화가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화가 편입될 경우 그 비중은 1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가 AIIB 참여를 결정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위안화에 대해서도 미국보다는 중국의 편을 들어주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마티아스 코먼 호주 예산장관은 "중국 경제를 세계 경제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독일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도 중국 당국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계자들은 유럽 등 IMF 핵심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는데 영국이나 프랑스 등이 위안화 사용에 적극 나서면서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의 SDR통화 편입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미국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경제 개혁을 위해 대대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 이상은 위안화 편입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거듭 강조하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좀 더 시장 중심적인 환율시스템과 금리 자유화, 금융 규제 및 감독 강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이 금융 부문 개혁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은행예금보험제도를 올 5월부터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SDR 편입 조건인 '자유롭게 사용(freely usable)'되는 통화여야 한다는 점에서 위안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음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대외거래 중 위안화로 결제된 금액은 25%로 2009년 0.02%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폭발적으로 확대됐으며, 전 세계에 현재 15곳의 역외 위안화 청산소가 설립된 상태다. 또 러시아와 영국, 호주를 포함한 20개국 중앙은행들이 중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신문은 미국이 반대 입장이긴 하지만 중국 당국이 약속한 경제 개혁 조치들을 잘 이행해 간다면 올 연말에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위안화가 IMF의 SDR통화바스켓에 편입된다 하더라도 현재 글로벌 준비통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의 지위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관론을 제시하는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위안화가 달러 지위 부근까지라도 가려면 적어도 10~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