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계속..A등급 중 우량 회사채까지 온기 퍼질 듯
[편집자]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회사채마저 1%대 금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마저 눈높이를 낮추면서 우량기업들에게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적기가 다가온 셈이다. 회사채금리 1%시대 도래의 원인과 향후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뉴스핌=김남현 기자] "정유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업계최고 수준의 고도화 비율과 원유도입 다변화등 차별화 요인을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현대오일뱅크 관계자가 1%대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회사채 금리 1%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최저치인 1.75%를 기록하며 1%대로 내려앉은 때문이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그간 관심이 덜했던 싱글 A등급 회사채까지 온기가 퍼지는 분위기다. 발행자는 발행자대로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수요자는 수요자대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일컫는 ‘뉴노멀(New-normal)’이라고 표현했다. 회사채 1% 시대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싱글 A등급 회사채 중 우량회사채 정도까지만 온기가 돌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국고3년물 금리가 1.714%를 보이며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고채와 회사채금리간 금리차(스프레드)도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6일 현재 회사채 3년물 AA- 등급과 국고3년물간 스프레드는 25.7bp(1bp=0.01%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한은이 시장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던 지난달 12일 이후 현재까지 스프레드 평균치는 26.2bp였다. 이와 관련해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크레딧 채권수요가 여전히 풍부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 수요자․발행자 시각변화..양극화는 여전
현대오일뱅크가 지난달 27일 회사채 3년물 700억원어치를 1.976%에 발행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기업에서 1%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시장상황과 수요, 공급자들의 인식변화 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평가다. 이경록 대우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시중금리가 내려갔고, 크레딧채권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당연히 1%대로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젠 1%대 발행이 뉴노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종원 삼성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도 “투자자들도 저금리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이 정도(금리)라면 사도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만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발행자 입장에서도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만기 장기화의 이유로 ▲공사채 장기물의 빈자리 ▲저금리 기조 ▲저금리 기조로 인한 기업들의 장기 조달비용 감소를 꼽았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A등급 회사채 중에서도 우량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 물량에 대한 차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자금조달을 회사채가 아닌 단기자금시장이나 기업어음(CP), 사모사채 등으로 돌릴 것이란 관측이다.
<자료=체크> |
◆ A등급까지 발행 러시
저신용 등급 회사채까지 발행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BBB+등급인 현대로지스틱스의 회사채 2년물과 3년물 발행 수요예측에 수요자들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5.3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애초 예정금액보다 100억원 많은 400억원 발행을 확정지었다. 수요예측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BBB+ 신용등급 회사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A- 수준으로 대우해 줬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은 예외적인 경우로 A등급 중 우량 기업까지만 수혜를 볼 것으로 봤다. 음식료와 도시가스회사 등 내수기반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기업들과 대기업 계열사 중 실적이 좋거나 좋아질만한 회사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체 자금담당 관계자는 “회사마다 업황과 업종이 달라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A등급 회사채 이상은 좋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최종원 애널리스트도 “A등급 중 우량물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차별화는 유지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A등급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A+등급인 하이트진로가 오는 22일 회사채 3년물 1200억원 발행을 목표로 14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는 오는 23일 만기도래하는 1000억원에 대한 차환과 일부 운용자금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