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모럴해저드에 비판 쇄도…재신임도 다반사
[뉴스핌=배효진 기자]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이 최근 사임을 밝혔던 브라이언 스톡턴 CEO(최고경영자)를 경영 일선에 복귀시켰다. 마텔은 스톡턴 CEO를 고문격에 해당하는 C-레벨 임원으로 앉혔다.
하지만 스톡턴 CEO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물러났음에도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했다는 점에서 마텔은 주주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는 이러한 행태가 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브라이언 스톡턴 전 마텔 CEO <출처=블룸버그통신> |
마텔은 최근 5분기 연속 매출이 줄어드는 등 스톡턴 CEO 취임 이후 3년 내내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4분기 수익은 1억2990만달러로 전년 동기 3억6920만달러에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과 매출은 각각 60%, 6% 감소했다. 주가는 지난 한 해에만 20% 빠졌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9일 마텔의 내부 문건을 입수한 결과, 마텔은 자진 사임한 스톡턴 CEO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심지어 그를 경영에 복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스톡턴 CEO는 마텔로부터 경영고문으로 연봉 150만달러와 1년의 계약기간을 제의받았다. 스톡턴 CEO가 지난해 받은 연봉에서 무려 30%나 증액된 수준이다.
내부문건에서 마텔은 고용관계가 회사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종료되거나 '합당한 이유'로 CEO 본인이 사임을 선택한 경우만 지급한다고 기준을 정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게임 개발사 징가도 유사한 선택을 한 바 있다. 징가는 지난주 돈 매트릭 CEO의 사임을 발표했다. 매트릭 CEO는 사임과 동시에 퇴직금으로 4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징가는 앞서 지난 2013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창업자인 마크 핀커스를 해고했지만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자 최근 핀커스 CEO를 재신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이러한 결정이 주주들의 이익을 갉아먹고 모럴 해저드 논란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업계 관계자는 "CEO들은 실적부진 등 여러 이유로 자진 사임을 택해도 퇴직금을 챙길 수 있다"며 "마텔이 정한 '합당한 이유'가 적용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스톡턴 CEO처럼 실적부진으로 자진 사임하는 경우에도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 CEO를 재신임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들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문경영인 인력업체 JB호머어소시에이츠 게르조브스키 부사장은 "기업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도 "CEO를 재신임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보호 등 여러 면에서 주주들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게르조브스키 부사장은 "퇴직금은 고용관계가 종료됐을 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 계약"이라며 "어떤 이유로 고용관계가 종료됐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