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까진 동부그룹·FI 개별 진행…7월부터 FI가 매각 주도
[뉴스핌=윤지혜 기자] 동부팜한농 매각 방식을 놓고 최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들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와 수의계약(프라이빗 딜) 형식으로 동부팜한농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오릭스가 김준기 회장에게 매각가를 낮추는 대신 경영권을 되찾을 권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에 대해 FI들이 반대하면서 사실상 매각은 답보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FI들은 크레디트스위스(CS)와 KDB산업은행 M&A실을 주관사로 선정해 잠재적 매수자 물색에 나섰다. 김 회장 측과 달리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과 FI들은 6월 말까지 각자 자문사를 선정해 개별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6월 말까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7월부터는 FI에게 협상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FI간 협의한 내용에 따르면 각자 진행하는 딜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을 못하게 돼있다"면서 "즉 향후 김 회장 측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일종의 콜옵션이 붙는 계약이라면 매각 가격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FI 측에서 거절하기에 타당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매각할때도 (김준기 회장 측이) 콜옵션을 확보하느라 낮은 가격에 팔렸다"고 덧붙였다. 향후 동부익스프레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선 1000억원 가량의 유동성 손실만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IB업계는 동부그룹에 동부팜한농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의 딜은 결국 FI들의 반대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이 경영권 회수를 고집할수록 시장에선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결국 FI들에게는 회수될 자금 규모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공개매각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반면 오릭스 측은 김준기 회장에게 제시한 콜옵션 계약을 고수하며 일각에서 나오는 관측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오릭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FI 측에서 목소리를 내기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면서 "정해진 시한까지는 우선적으로 김준기 회장과 매각 방향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동부팜한농 지분은 스틱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원익파트너스 등 FI들이 50.1%를 보유하고 나머지 49.9%는 동부CNI와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씨 등 동부가 갖고 있다.
이들 FI는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1750억원을 투자해 만기 3년(2016년 9월)으로 최소 8.5%의 이자율을 보장받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