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7곳·중소기업 14곳 출사표…최대 격전지는 동대문
[뉴스핌=강필성 기자] 유통업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마감까지 총 21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3장의 황금티켓을 둔 경쟁이 본격화됐다.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꼽히는 업체들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까지 다수 참여한 레이스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대기업 7곳·중소기업 14곳 신청…7월 중순께 발표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는 대기업 7곳, 중소·중견기업 14곳에 달했다. 이로 인해 모두 2곳의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부여되는 대기업 제한 입찰은 약 3대1, 1곳의 특허권이 부여되는 중소·중견기업은 14대1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대기업에서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외에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이랜드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인 현대DF 7곳이 신청했다.
중소·중견기업으로는 세종면세점 유진디에프앤씨 청하고려인삼 신홍선건설 파라다이스 그랜드동대문디에프 서울면세점 중원산업 동대문듀티프리 에스엠면세점 하이브랜드듀티프리 심팩(SIMPAC) 듀티프리아시아 동대문24면세점 14곳이 참여했다.
참여업체들은 모두 차별성과 면세점의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찰의 경우 저마다 면세점을 운영하거나 백화점 등을 운영해본 노하우가 있는 기업인 만큼 어디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쉽게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격전지는 '동대문'…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경쟁
노종호 이랜드 면세부문 대표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랜드> |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은 대기업 입찰과 중소·중견기업의 입찰이 따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 경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부과되는 특허권은 대기업 두 곳과 중소·중견기업 한 곳으로 총 세 개 사업자가 시내면세점을 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 상권에서 두 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이들 사업자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제한입찰과 무관하게 서로를 경쟁사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경쟁은 동대문역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를 낀 지근거리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과 패션협회가 낙점한 롯데피트인은 그랜드관광호텔이 사업지로 선정한 헬로APM과 불과 200m 떨어져 있으며, 헬로APM은 SK네트웍스의 케레스타와 200m 거리다.
이 외에 동대문 소상공인의 제일평화시장, 키이스트 컨소시엄의 맥스타일 역시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400m 안에 6개 사업장이 위치한 셈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동대문에 관심을 두는 것은 바로 관광 수요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 지역은 연간 5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쇼핑 및 관광수요가 충분한 곳임에도 지역 내 면세점이 단 한 곳도 없어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동대문은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 1위로 꼽힌 곳”이라고 설명했다.
◆ 2차 면세점 대전 9월에 한번 더…롯데·SK 자리 뺏길까
3장의 황금티켓과 별개로 오는 9월에 진행되는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의 시내면세점 특허권 기한 만료에 따른 공개입찰도 업계의 관심사다.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인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2곳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1곳에 대한 특허권이 오는 12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 입찰과 달리 오는 9월 2차전은 중소·중견기업 제한입찰이 없다. 때문에 대기업이 거머쥘 수 있는 시내면세점 티켓은 총 3장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유통업계가 시내면세점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오는 7월 발표되는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 입찰에 떨어지더라도 추가 입찰을 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내면세점에 대한 치열한 경쟁은 9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시내면세점을 수성하려는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의 노력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물론 기존 면세점운영 사업자는 유력한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얻을 경우 독과점 논란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기존 면세점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는 지적이다.
◆ 황금알 낳는 거위일까…과열 양상에 우려 시선도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열양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면세점이 각광받는 사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즉 면세점의 경쟁력보다는 국제적인 요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중·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한국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유입됐다”며 “더불어 한류열풍이 불었던 것도 한국 방문에 큰 영향을 줬지만 이는 대부분 유통업계 경쟁력과 무관한 외부요인일 뿐, 언제든지 다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황금알을 낳는다는 면세점이 불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감소할 경우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