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지속되는 '엔저' 속에 현대차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재부각되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주가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미 수출기업의 환율 리스크가 오래된 이슈인데다 현재로선 엔화의 가파른 추가 절하 우려가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48분 현대차의 주가는 전일대비 2500원, 1.81% 하락한 13만6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기아차는 전일대비 1.32% 떨어진 4만 4800원, 현대모비스는 2.25% 오른 20만 4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현대차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시달리며 10%넘게 급락, 주가가 57개월만에 14만원 밑으로 폭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 주식 104만 8000주(약 1487억원)를 패대기쳤는데 이를 감안하면 일단 쇼크는 일단락된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주가 급락의 주된 이유로는 판매 부진과 함께 엔화 약세가 꼽혔다. 지난 5월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8.2% 줄었고 해외판매 역시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시장에 판매가 10% 감소하면서 해외 판매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여기에는 현대차가 엔저를 등에 엎은 일본 자동차 업체에 맞서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렸음에도 판매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인세티브를 높여 판매대수를 끌어올렸지만, 5월에 이르러 이런 전략도 먹히지 않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 조정폭은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단기에 회복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일본 자동차 업체로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환율 급변시기에 주가변동성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엔달러 상승구간에서는 현대차보다는 토요타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요인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가 환율 노출도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메이커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생산력을 높여왔는데 최근 신흥국 통화 약세로 판매할 수록 손해가 나는 시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경우는 개별 사업 구조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출업계 전반에 미치는 엔저 리스크 파장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해묵은 악재이며 국내 기업들 역시 해외공장 신설 등을 통해 이미 대응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추가로 엔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의 내수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일본은행의 3차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며 "현대차의 경우는 다른 기업에 비해 성장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부각된 것으로 수출기업에 대한 엔저 우려는 근거가 약하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신경을 안 쓸수는 없지만, 엔화 약세는 해묵은 이슈로 새로운 점검사안은 아니다"라며 "이미 대부분의 수출 대기업은 현지 생산기지를 갖추는 등 환율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기업은 마케팅 측면에서 핸디캡을 가질 수 있지만, 엔화가 떨어진다고 곧바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