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Anda 글로벌

속보

더보기

[엔저 급제동] 미·일, 동시 브레이크 밟은 배경은

기사입력 : 2015년06월11일 13:32

최종수정 : 2015년06월11일 15:24

'엔저 과하다' 판단 배경엔 설왕설래…엔저 진행형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한 마디에 엔화 가치가 갑자기 급등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저 추세의 종료 여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는 지난 주말 소식과 함께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 식으로 정책 공조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대두된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불편하고 일본 역시 추가 엔저가 부담이라는 것이 최근에 여러차례 확인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은 관측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아직 이런 관측에는 동의하기 힘든 분위기다.

1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27분 현재 달러/엔은 123.10엔에 호가되고 있다. 전날 뉴욕시장보다 0.3% 이상 반등한 수준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출처=일본은행>
125엔선을 돌파했던 달러/엔이 122엔선까지 급격히 밀린 것은 지난 10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참석한 구로다 총재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을 고려할 때 지금 수준보다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전 세계 물가 및 교역량을 감안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현재 기준연도가 2010년이다. 이 때를 100으로 해서 이 선을 넘으면 해당국 화폐 가치가 고평가 됐고 낮으면 저평가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4월 현재 71.99로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2년 9월 101.38과 비교할 때 30% 넘게 밀린 상황인데,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은 이러한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방향에 막대하게 베팅하고 있다.

한 쪽으로 기대가 쏠려있던 외환시장에서는 곧바로 '구로다 쇼크'가 발생했다. 그의 발언 직후 달러/엔 환율은 도쿄시장에서부터 122엔대까지 급격하게 밀렸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달러/엔은 125.85엔까지 오르는 등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달러 유로 엔 실질실효환율 <출처=BIS, 뉴스핌>
◆ 미·일 당국, "엔저 용인"에서 "지나치다"로 입장 변화 배경은

이번 엔저 급제동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촉매가 되긴 했지만, 그간 엔저를 용인해왔던 미국과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경기 부양 및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BOJ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그로 인한 엔저 현상은 불가피하다던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서는 엔저 등에 조금씩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최근 미 의회에 전달한 교역국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재정 정책 및 구조개혁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은 채 통화정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일본의 경기 회복 및 디플레이션 타개 노력도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부정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내에서 달러 강세에 대한 견제 발언들이 나온 점도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슈퍼달러와 결합된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의 식품 및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데다, 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어 미국과 일본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외환당국도 최근에는 환율 변동성에 대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지난주 환율 움직임이 "난폭하다(rough)"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급속한 엔저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 저지 발언을 했다는 유럽 측 인사의 전언과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실무근 해명 해프닝 역시 최근의 환율 흐름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다.

올초 이후 달러/엔 환율 흐름 <출처 = CNBC>

◆ IMF "엔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된다"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일본은행에 경고한 대목도 새삼 눈에 띈다.

IMF는 지난 5월22일 제출한 일본 정책에 대한 'Artcle IV' 진단 보고서를 통해 "엔화 가치가 2014년 하반기에 약세를 보인 뒤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뢰할 수 있는 재정건전화 노력 없이는 내수가 계속 부진할 것이며, 추가적인 완화정책도 엔화 평가절하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IMF는 BOJ가 2013년 4월에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을 도입한 뒤 지난해 이를 더욱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과 소비지출 약세로 인해 물가가 여전히 낮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1%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이 BOJ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화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전망 가정 위에 형성됐다면서, 이는 시장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IMF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를 '세 가지 화살' 정책을 더욱 강화하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는 추가적인 완화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120엔 전후로 좁은 변화를 이어가던 달러/엔은 5월 중순부터 2주 사이에 갑자기 5엔 정도 급등했고, 이는 최근 엔화 가치가 안정돼 있다고 평가한 IMF의 판단을 무색하게 했다. 단기 투기세력들의 엔화 숏포지션도 다시 급격하게 늘어났다.

외환당국자들이 시장의 변화가 '거칠다'고 구두개입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던 것이다.


◆ 외환전문가들 "발언 진의 관계없이 엔저 추세 진행형"

하지만 글로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구로다 쇼크'에 따른 급격한 달러/엔 하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며 전반적으로는 엔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원래 구로다 총재는 최근 엔화 약세가 자체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른 미국 달러화 강세의 이면일 따름이라는 해석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질실효환율을 언급하게 된 것이다.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아마리 일본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영향를 주려던 것이 아니었다"면서 "그건 구로다표 바주카포 제3탄 발사같은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122.70엔까지 밀렸던 달러/엔은 일시 123.30엔까지 반등 시도를 보였을 뿐 아직은 계속 매도 압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이 일시 125엔 선을 돌파하자 쉽게 127~128엔선까지 갈 것으로 예측했던 미국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상 130엔선까지 별다른 저항선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시점에 나온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충격' 자체였다.

중앙은행 총재가 의회에서 공식 발언을 할 때 아무런 생각없이 환율 쟁점을 건드렸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독일 분트 수익률이 1%를 돌파하고 미국 재무증권 수익률도 2.5%에 접근하는 등 일본과 금리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시장이 관측이 너무 강했고 이런 믿음을 흔들려는 의도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일단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엔이 120엔 대로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125엔 돌파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대해 후자를 선택한 모습이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환율이 글로벌 정책 관계자들의 구두 개입에 점차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블룸버그 서베이에서도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0월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서 엔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반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면 올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30엔, 내년 말까지는 140엔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줄리안 제솝은 "실질실효환율이나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발언 내용에 상관없이 엔화는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엔화 추가약세 없이 일본 경제 및 재정 문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IMF의 일본 정책 권고와는 딴판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올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32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