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국, 개혁안에 협조할 수 있는 그리스 새정부 원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국제 채권국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유럽 정책자들은 관심의 초점을 협상 타결에서 이른바 ‘그렉시트’ 없는 디폴트로 옮기는 움직임이다.
구제금융 지원 없이 그리스의 디폴트가 불가피한 상황에 막판 타결에 대한 기대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속내로 풀이된다.
[출처=AP/뉴시스] |
이는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그리스가 대규모 뱅크런과 자본 통제가 이어지면서 결국 유로존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
그리스 좌파 정부가 채권국의 요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디폴트로 치달을 여지가 높아졌고, 때문에 디폴트를 허용하되 유로존 전반의 금융시스템 위기를 차단하는 쪽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채권국의 한 소식통은 “그렉시트 없는 디폴트는 계획이라기보다 발상의 진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안을 지지하는 정책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디폴트가 현실화된 데 따른 충격이 그리스 좌파 정부의 고집을 꺾어 궁극적으로 채권국이 현재 요구하는 개혁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함께 디폴트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연이어 이뤄질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이 그리스는 물론이고 유로존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또 다른 부류의 속내다.
지난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했던 한 채권국 정책자는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하고 새로운 통화를 도입할 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해럴드 제임스 교수는 “그리스 사태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병용 통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병용 통화를 발행한다 하더라도 시장의 신뢰가 얻지 못한 채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은행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임스 교수는 “병용 통화를 도입하더라도 해외 기업과의 비즈니스부터 각종 결제까지 금융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결국 그리스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사안과 관련해 새롭게 밝힐 내용이 없다”며 “다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는 오는 30일까지 15억4000만유로의 부채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한다.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 만기에 아서 그리스 정부가 자본통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