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리스크 한층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협상이 또 실패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실물경기가 더욱 깊은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자본 거래 규제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30일 상환해야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디폴트와 함께 무질서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 앞에 몰려든 시위자들[출처=블룸버그통신] |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그리스와 유로그룹은 룩셈부르크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앞서 IMF는 그리스 정부가 30일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만기를 유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그리스 급진 좌파 정부가 약 16억유로의 IMF 채무를 상환하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30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역시 종료를 맞게 된다. 때문에 이날 협상 불발은 그리스의 앞날을 한층 어둡게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그리스와 유로그룹의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리스가 협상에 진지한 태도를 취할 경우 유로그룹은 언제든 다시 회의를 소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금과 세제 및 고용 개혁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그리스에 주어진 시한이 지극히 제한적인 만큼 디폴트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투자자와 정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구제금융 지원 요건을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의 피터 카지미르 재무장관 역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리스를 지원할 의지가 있지만 그리스 정부가 협조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유로존의 일부 회원국은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한 바 있다. 터부로 여겨졌던 그렉시트는 이제 선택 가능한 카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협상이 불발된 가운데 유로존 정책자들의 행보는 다급해졌다. 채권국은 오는 22일 그리스 사태를 놓고 비상 회의를 갖기로 했다.
EU의 도널드 터스크 정상회의 의장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22일 오후 7시부터 채권국 정상들이 비상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