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유로그룹 회의가 그리스와 채권단 간 구제금융 연장 협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선 이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종료 시점까지 그리스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유럽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19일 오전 10시 23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8.94%, 0.44% 오른 2050.36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그리스와 유로그룹은 룩셈부르크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리스와 유로그룹의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로그룹회의에서 그리스 협상이 불발로 돌아가자 유럽 정상들은 22일과 23일 긴급 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협상 실패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한층 더 고조됐지만, 간밤 주요 해외 주식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17% 상승 마감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증시도 대부분 오름세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미 이번 유로그룹 회의 경과는 충분히 예상된 만큼,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가 15억유로 규모의 IMF 차관을 상환해야 하는 30일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내주 열리는 정상회담 등 남아있는 스케줄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재료임에는 틀림없지만, 어제 시장 반응으로 볼 때 회의 결과는 선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간밤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나 신흥국지수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일단 IMF 자금의 상환 여부가 중요하다"며 "그리스 협상이 극단적인 파국 양상으로 전개되면 유럽중앙은행이 구제금융을 끝낼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스케줄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22일 정상회담을 지켜봐야겠지만, IMF 자금상환 만기일인 30일을 데드라인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디폴트 상황을 가정하면 유럽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부정적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리스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순매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일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적별로는 미국계 자금은 유입되는 반면, 영국계 자금의 순매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서 발표하는 외국인 투자동향에 따르면 영국계 자금은 지난 5월 5000억원 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6월에도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그리스 리스크 확대에 따른 남유럽 소버린 리스크 확대시 영국계 자금 이탈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유출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한국의 경제 기반을 고려하면 다른 신흥시장과 비교해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때 신흥시장이 충격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기피현상이 발생하면 한국은 기피 순위상 뒤쪽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