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출범 당시와 정반대 결과 초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채권국이 숨막히는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유로존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을 조명하고 있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와 경제 석학들은 공동통화권이 출범한 지 불과 10여년만에 총체적인 위기가 불거진 원인은 다름아닌 유로화에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위기를 일으킨 불균형과 회원국의 위기 대처에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유로화라는 주장이다.
자체적인 통화를 보유한 각국은 인플레이션과 생산성, 금리 등이 교역 상대국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생산성이 낮을수록 경쟁력이 낮아지고, 해당 국가의 통화는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유로존의 경우 공동 통화를 통해 경제적 정치적 혜택을 쏠쏠하게 얻었다. 해외 자금이 밀물을 이뤘고,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독일 수준으로 수렴됐다.
하지만 해외 유동성 유입과 저금리에서 촉발된 과도한 레버리지가 부동사 버블을 야기했고, 눈덩이 국가 부채를 양산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제조업이 크게 위축됐고, 독일과 주변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더 나아가 공동 통화에 묶인 유로존 회원국은 위기 대처력을 상실했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루이스 가리카노 교수는 “공동 통화로 인해 각 회원국이 통화정책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노동시장과 상품 시장 독점, 교육시스템, 세제 시스템의 왜곡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이 좌절됐을 뿐 아니라 일부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융커 집행위원장 역시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 커다란 불균형과 탈동조화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무역과 재정은 물론이고 실업률까지 현격한 격차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결론적으로 유로화는 공동통화권 출범 당시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정책자들은 고용시장과 상품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남부 지역과 북부 지역 사이의 경쟁력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의 가격과 비용 불균형을 바로잡아 경쟁력 격차를 해소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일반적으로 환율을 조정할 때와 같이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