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지수 연초 이후 내림세로 전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그리스 리스크를 적극 반영, 폭락을 연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급팽창하면서 주식 매도가 우세했고, 잠재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350.13포인트(1.95%) 급락한 1만7596.55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43.82포인트(2.09%) 내린 2057.67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도 122.04포인트(2.40%) 하락한 4958.47에 마감했다.
이날 급락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말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된 데 이어 악재가 연이어 쏟아졌다. 내달 5일 구제금융 요건 수용 여부를 놓고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은 국민들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죽기가 두렵다면 자살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투표에서 찬성 표를 던질 것을 중용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정부와 협상의 여지가 아직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도 양보는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유로존이 과거에 비해 위기 대처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채권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채무금 16억유로를 상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그리스의 장기 국가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 뒀다.
HPM 파트너스의 벤 페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주가 부담이 높은 가운데 시기 적절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록웰 글로벌 캐피탈의 피터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패닉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이날 장중 34% 급등하며 18.5까지 치솟았다. 증시에 패닉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변동성 지수가 20까지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스 리스크에 중국 증시의 베어마켓 진입도 이날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2일 고점 대비 22% 떨어졌다.
이날 주요 경제 지표 발표는 잠정주택판매가 유일했다. 지난달 잠정주택판매는 0.9% 증가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6월 고용 지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지표가 호조를 이룰 경우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설득력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내달 5일 국민투표 결과와 이후 구제금융 지원 향방에 따라 연준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종목별로는 은행주가 약세를 나타냈다. 그리스 부채위기에 따른 하락 압박으로 풀이된다.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2% 이상 떨어졌다.
반면 광산주의 상대적인 강세가 두드러졌다. 피보디 에너지가 급락장 속에 9%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