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한국은행이 연일 꿀먹은 벙어리다. 그간 한은이 보여준 행태로 보면 새로울 것도 없지만 요즘들어 유독 더하다. 사실상 자신감 결여에서 오는 트라우마다.
당시 한은이 이처럼 조기에 안을 내놓겠다고 했던 것은 물가목표치가 그간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목표 중간 기간이더라도 아예 수정해 새롭게 적용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CPI는 2012년 6월 전년 동기 대비 2.2%를 기록한 이후 6월 현재까지 3년1개월째 한은의 물가목표치 하단 2.5%를 밑돌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된 오늘(23일)도 이같은 분위기는 여전하다. 우선 GDP는 전기 대비 0.3% 성장에 그치며 이달 초 0.4% 전망치보다 못한 결과였다. 0.1%포인트차가 사실상 오차범위 내인데다 한은도 0.4% 전후를 예상했다는 점에서 큰 오차는 아니다. 또 0.1%포인트차는 통상 있어왔던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
물가는 최근 그 목표치를 달성한 적 없고, 성장률도 하향조정하기에만 바쁘다. 다만 이럴 때 일수록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칫 악순환에 빠져 경제전망 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아예 잃어버릴 수 있어서다.
한은은 내년도부터 적용될 물가목표치에 대해 상반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올 연초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검토할 줄 몰랐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가급적 빨리 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조기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도부터 적용하는 물가목표치와 관련해, 기존 소비자물가(CPI)로 할지 근원인플레이션 등 다른 지표로 할지와 적용 시계를 3년으로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안으로 할지 등 모든 부문에 있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었다.
<자료제공 = 한국은행, 통계청> |
한은 물가목표치는 그간 매 3년마다 변경, 적용돼 왔었다. 지금의 목표치도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된다. 현재 물가목표치 상하한 레벨은 2.5%에서 3.5%다. 결국 지금의 목표치를 단 한번도 실현하지 못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외부에서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물가 목표치 상하단을 기존 1%포인트에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은은 부랴부랴 보도해명자료를 냈는데 이 또한 현재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실무 담당자의 말은 더 가관이다. “안을 빨리 정했으면 좋았을텐데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가지 대안을 갖고 장단점을 비교 검토하고 토론하고 있다”면서도 “생각이 많다. 잘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물가목표치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CPI에 대한 고민을 자인한 셈이다. 또 내부적으로도 9월경 정부와 협의를 목표로 (한은) 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임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윗분의 희망이 섞인 언급같다. 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료제공 = 한국은행>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 담당자는 “9시에 하는 국장 기자회견을 참고하라”고 한다. "이달 초 이 총재가 언급한 가뭄과 메르스 사태 여파로 이렇게 떨어졌다라고도 말하지 못하냐”는 질문에도 그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전망치 보다 못한 실적치로 인해 그렇잖아도 의구심 많은 올 2.8% 성장률 달성 전망에 물음표가 붙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경제통계국장 기자회견이 속시원한 것도 아니다. 담당 국장은 “통계를 작성하는 곳이니 전망관련 부문은 말할수 없다”는 말만 했다. 전망을 담당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걸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받지 않는다. 콜백 한번 한적이 없다. 보도자료 그 이상의 뭔가를 궁금해 하는 기자들의 갈증만 키운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중앙은행들은 위기타파의 중심에 서고 있다. 반면 한은은 오히려 남대문 출장소로만 전락하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척하면 척’은 이미 유명해진 일화다. 현 정부 들어 단행된 내리 다섯 번의 금리인하 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자결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총재는 여전히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신감이 결여된 최근의 이런 행태는 권위상실에 따른 불신만 초래할뿐이다. 믿음이 없으니 소통이 될리 만무하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