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2조7000억달러의 미국 국채시장에 이변이 발생했다. 이표채를 원금 부문과 이자 부문을 나누어 할인된 가격에 발행, 거래되는 이른바 스트립스 채권이 강력한 랠리를 펼쳐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앞지른 스트립스 채권의 강세 흐름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 유가가 약세를 지속하는 한편 투자은행(IB)들이 연이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스트립스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일반적으로 스트립스 채권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로 쿠폰의 원금 부문 채권이 인플레이션에 극심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최근 이들 채권으로 ‘사자’가 몰려드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저조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노동부가 집계한 데이터에서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0.2% 상승해 3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욱 낮아졌다.
미즈호 증권의 제이슨 사블레 트레이더는 “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금융시장이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역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거나 심지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향후 30년간 인플레이션이 연 1.9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저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0%까지 오르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월가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초반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이란의 원유 수출 및 디젤 공급 과잉이 유가 상승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사를 필두로 장기 투자자들이 장기물 스트립스 채권 매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사자’가 몰려들면서 스트립스 채궈의 시장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215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