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화 보다 中 소비 심리 부활에 무게 둬
[뉴스핌=김기락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낮춤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인해 중국 내 자동차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하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함께 상승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중국 인민은행(PBOC)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고시환율 6.2298위안보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62%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이틀간 3.51% 대폭 평가절하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만큼, 환율 변화에 따른 우려 보다 소비 축소를 더 크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현지 생산 판매한 대수는 176만대다. 중국 수출 물량은 연간 5만대 수준으로 미비하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이 경기 부양책 중 하나로 위안화 절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침체된 중국 자동차 소비가 조금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책이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 심리 부활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18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성장률 6.9%에 크게 못 미친다. 이로 인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81만33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8% 감소했다. 중국 내 소비가 줄면서 자동차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탓이다.
이처럼 급속한 시장 둔화는 중국의 주식 시장의 폭락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규제 정책, 반부패 등 영향을 받았다. 중국 소비자의 소비 심리 위축이 중국 경제를 침체기에 빠뜨린 것이다.
급기야 현대·기아차는 이달 들어 중국에서 판매 중인 투싼(ix35) 가격을 400만원 넘게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스파오(구형 스포티지) 가격도 900만원 낮추며 파격 할인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합작 법인 형태로 진출한 이래 이렇게 큰 규모로 할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판매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위안화 절하에 따른 우려 보다 기대감이 더 많다. 현대모비스는 중국 상해, 북경 등에서 부품 및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부품이 있기 때문에 불리한 면이 있으나 전체적 상황을 더 지켜보고 있다”며 “위안화 절하 영향에 따라 중국 내 현대·기아차 판매가 증가하면 현대모비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에 현지 공장이 없는 쌍용차는 전량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쌍용차가 연간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약 5000~1만대 수준. 회사 관계자는 “중국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수출량이 적기 때문에 위안화 절하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위안화 절하가 자동차 업종에 수혜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업종이 대표 수혜주로 부각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주식시장의 핵심 변수는 환율이 될 전망”이라며 “위안화 약세의 수혜 업종은 자동차, 의류 OEM로, 위안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해당 업종은 원화 약세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 수출기업의 경우 이미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주가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