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형 사과에 단순 언급 그쳐…신뢰구축 실패"
[뉴스핌=김성수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대해 세계 주요 외신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아베 담회의 사과가 '과거형'에 그쳐, 현 시대 일본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아베 총리의 사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 8월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 기자회견 방송화면 캡처> |
아베는 "사변, 침략, 전쟁, 어떤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 모든 민족의 자결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식민 지배에 대해서는 "모든 민족의 자결권이 존중받는 세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반론을 폈으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전장의 그늘에는 깊은 명예와 존경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간접 기술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우리들의 아이와 손자,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며 전쟁과 관련이 없는 전후 세대에 사죄할 의무를 지우지 말자고 강조했다.
토마스 버거 보스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베 담화는 전쟁이 마치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역사적 쓰나미'였던 것처럼 묘사했다"며 "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을 무마하려는 듯한 의도로 주변국에 해석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본 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카츠다 대표를 인용, 아베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츠야 대표는 아베의 외교정책이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역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담화 발표에서 중국과 한국 등 식민지배 피해국들이 주목했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colonial rule and aggression)', '깊은 참회(deep remorse)', '진심어린 사죄(heartful apology)' 등의 표현들이 단순 언급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담화문에서 사용한 표현들이 근본적인 용어를 피해가고 있어 이웃국과의 신뢰 구축이라는 기존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인터넷 영문판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물타기 사과(watered-down apology)가 '진정성 시험'에서 낙제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가 교묘한 용어 선택으로 일본 국내 우익 진영의 마음에 들면서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는 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총리의 담화는 지난 1995년 전후 50년에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의 담화 내용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무라야마 총리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함께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사죄 입장을 유지한다"(maintain our position of apology)"는 언급에 그쳤으며, 일본의 차세대들은 전쟁에 대한 사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사죄가 마지막일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신화통신은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