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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사도’ 송강호 “왕과 배우,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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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조선왕조 역대 재위 기간이 가장 긴 왕. 1724년부터 1776년까지 52년간 왕위를 지켰던 그는 손자 정조와 함께 18세기 조선을 중흥기로 이끌었다. 또 탕평책을 통해 과열된 붕당 경쟁을 완화하고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펴나간 조선시대 몇 안 되는 성군 중 하나다.

조선 21대 왕 영조에 대한 오늘날의 평가다. 말 그대로 나무랄 데 없는 유능하고 노련한 정치가. 하지만 보는 관점을 나라에서 가정으로 옮긴다면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부모를 죽이는 자식은 있어도 자식을 죽이는 부모는 없다고 했건만 영조는 붕당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정쟁 속에 끝내 제 자식을 죽이고 만다. 아들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책을 만든 손으로 세자를 가둔 뒤주의 못을 치는, 세상에서 가장 매정하고 또 가엾은 아비가 바로 또 다른 영조다.

배우 송강호(48)의 신작 ‘사도’가 16일 베일을 벗었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은 작품. 극중 송강호는 영조를 연기, 역사에 기록된 이야기부터 끝끝내 뱉지 못했을 아버지 영조의 진심까지 모두 쏟아냈다. 뒤주 속에서 8일 만에 죽은 아들을 어루만지며 어찌 이 몰골로 가느냐고 오열한다.

“지금으로선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궁금하고 걱정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라 신선도 면에서는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정직하게, 정공법으로 갔다는 점, 정치적 사건이 아닌 아비와 아들 이야기에 집중해서 깔끔하게 사건을 다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고요. 관객도 그렇게 느낄지 궁금하네요.”

연기 경력이야 오래됐지만, 사실 송강호도 왕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남다른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터. 특히 정공법으로 가는 영화인 만큼 송강호는 당시 영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애썼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관련 책과 사료를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자료를 보면서 ‘내가 편견 속에 있었구나!’ 그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왕도 인간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죠. 때로는 농담을 하고 거친 말도 하더라고요.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근엄함과 카리스마도 있지만, 우리가 그동안 너무 고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말투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제가 영화에서 가벼운 톤으로 말하고 그런 언어를 쓰는 것처럼, 실제 영조 대왕도 어투가 그랬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죠.”

그의 노력이 거짓은 아니었다. 영조에 대한 많은 연구를 거친 사람답게 송강호는 영조의 굵직한 업적은 물론이요, 세세한 버릇과 습관까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영조에게서 송강호를 발견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어찌 됐건 외로운 건 사실이고 저와 가장 큰 공통점이죠. 배우도 외로운 직업이거든요. 특히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요. 왕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다들 지켜만 보고 이야기만 듣지 같이 고민하고 그러진 않으니까요. 또 다른 비슷한 점은 자식과 관계죠(웃음).”

자식과 관계가 영조와 닮았다는 말에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송강호는 “소통 부재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5년 동료 연극배우 황장숙과 결혼한 송강호는 슬하에 아들 송준평 군과 딸 송주연 양을 두고 있다. 특히 축구 청소년국가대표팀 출신인 송준평 군은 올해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저는 영조 대왕을 이해합니다. 한 30~40년 전만 해도 세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물며 250년 전에, 그것도 유교 사회가 지배하는 왕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죠. 물론 제가 영조 대왕처럼 아들에게 공부나 생활 태도에 대해서 윽박지르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집에 가면 말이 없어요. 가만히 얼굴만 쳐다볼 뿐이죠(웃음). 이제 조금씩 소통의 부재를 벗고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사실 ‘사도’라는 작품을 내놓는 2015년은 배우 송강호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해다. 바로 영화인으로 데뷔한 지 20년째이기 때문. 더욱이 함께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자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영화는 20년째고 연기는 1989년부터 했으니까 27년째네요. 물론 배우로 살아오면서 연극과 영화밖에 안했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온 것에 감사함은 있어요. 많은 분이 성원을 보내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축복이니까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회도 맡게 돼 의미가 크네요.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 사회는 일반적인 사회랑 달라서 쇼맨십, 사회자로서 리더십이 많이 요구되지 않아 다행입니다.(웃음)”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마치면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영화 ‘밀정(가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일제 강점기, 항일 무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공유와 호흡을 맞춘다.

“‘밀정’은 의열단 이야기를 다루기에 특정 사건들은 실제 있었던 일이죠. 그런데 또 이게 실화를 다루고 있느냐, 그건 또 아니란 말입니다. 아직은 말하기 모호하지만, ‘놈놈놈’하고는 확실히 다른 인물이에요. 어쩌다 보니 ‘변호인’ ‘사도’에 이어 또 리듬이 진중하고 깊이감이 있네요. 일부러 이러는 건 절대 아닙니다. 관객이 코미디를 원하시면 다음 작품은 또 소프트하고 밝고 이런 느낌으로 고려해봐야죠(웃음).”



“유아인, 테크닉을 부리지 않는 대견한 후배죠.”

송강호는 극중 유아인과 부자 호흡을 펼쳤다. 유아인은 ‘베테랑’으로 1000만 배우에 등극한 대세지만, 송강호에게는 까마득한 후배일 뿐. 과연 유아인과 함께한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유아인 씨는 테크닉을 안 부려요. 배우가 광기에 찬 역할을 하면 테크닉 면에서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광인을 많이 봐왔으니까 그런 전형적인 표정과 모습을 따라하죠. 그런데 유아인 씨는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에 내던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때론 거칠고 때론 정제가 안 된 느낌이 들더라도 정직하게 100% 감정에 맡기는 모습, 후배지만 정말 멋졌고 대견스럽고 놀라웠죠. 

현장 분위기는 소통의 부재였습니다(웃음). 감독님이 우리 둘의 관계를 보고 정말 좋아했을 정도였죠. 영화 속 아들과 아버지 사이 같다고요. 저랑 유아인 씨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비사교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겁니다. 우리가 얼핏 보면 사람들하고 많이 이야기하고 노는 거 좋아할 것 같죠? 그런데 그게 편견이에요. 특히 저는 현장에서 거의 말이 없죠.

유아인 씨도 그렇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인위적으로, 형식적으로 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좋았죠. 어떻게 보면 오히려 서로를 배려한 거랄까요. 진심은 영화를 다 끝내고 털어놓으면 되거든요. 실제로 영화 끝나고 편할 때 마음을 이야기했고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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