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채널 따라 개당 수십만원까지 가격차..투명한 가격정책 미흡 지적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7일 오후 7시 54분에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송주오 기자] 타이어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구매처에 따라 타이어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는 타이어업체들이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가격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업체들은 가격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와 상세 이미지, 설명만 공개할 뿐 가격은 알리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어 가격은 T스테이션, 타이어프로, 가격 비교 사이트 등 유통채널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의 판매 대리점인 타이어테크의 경우에는 가격 정보를 오프라인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구조로 인해 같은 제품이어도 유통점마다 다른 가격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반떼MD에 장착되는 16인 타이어(205/55R16, 한국타이어 옵티모)의 가격이 유통채널마다 다르다.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 A사는 시중가로 16만1000원(카드가 11만6000원, 현금가 11만2600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 B사는 시중가 14만6700원(카드가 10만원, 현금가 9만7000원)으로 표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판매점인 T스테이션은 13만3200원에 판매 중이다. 어느 업체를 택하느냐에 따라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4만원 가량 손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수입 타이어로 넘어가면 격차가 더 커진다. BMW 5시리즈에 쓰이는 굿이어 런플랫 타이어(255/55R17)는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개당 57만3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B 사이트에서는 시중가로 77만3200원을 표시해 20만원 가량 차이를 보였다. 물론 실제 구매가인 카드가(56만2300원)와 현금가(54만5400원)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T스테이션측은 "지역별, 상권별, 매장에 따라 조금씩 할인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매장마다 가격이 상이함을 안내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구매할 때마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랜저HG 소유자인 S씨는 1년 전 한국타이어 S1 노블로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타이어 전문점을 여러군데 돌아다녔다. 그는 "당시 가장 높게 가격을 부른데가 28만원이었고 가장 싼 곳이 17만원이었다"면서 "같은 브랜드의 타이어 전문점이어도 가격 할인율이 크게 차이나 발품을 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타이어 시장의 '깜깜이' 가격 정보는 다른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정유 시장의 경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의 주간 공급가격을 한국석유공사 홈페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지역별 주유소의 평균가격도 공개된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제조업체들은 모델별로 판매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얼마나 할인 받았는 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타이어 업체들의 경우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 즉 업체들이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이업 업계 K 관계자는 "업체들이 유통 브랜드를 통해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대리점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가격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유통채널의 마진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타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공개할 경우 유통 대리점 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유통 대리점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타이어 시장의 70%는 RE(교체용 타이어)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타이어 3사가 각각 유통채널을 갖고 있는 이유다. 일반 소비자가 핵심 구매층이지만 그에 걸맞는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제품 선택 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이 부분을 제대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