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0억달러 규모 정크본드, 시장 여건 비우호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메가톤급 인수합병(M&A)에 나선 델의 회사채 발행에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670억달러에 달하는 EMC 인수의 성공 여부가 회사채 발행 결과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에 따라 신용시장이 한파를 내는 상황에 기록적인 회사채 발행에 충분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될 것인지 주목된다.
델이 인수하기로 한 EMC <출처=블룸버그통신> |
다양한 만기의 정크본드를 대규모로 발행해야 EMC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금융시장의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중국발 대혼란에 빠진 이후 정크본드의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발행 시장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 케이블 업체인 알티스가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목표액을 축소했고,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은 66억달러의 회사채의 발행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뉴플리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조나단 스탠리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델이 최대 150억달러 규모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발행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BB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이 이달 초 6.32%까지 치솟았다. 이는 3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감이 상승하고 있어 대규모 발행 물량을 소화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월가의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델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레버리지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델 측이 EMC 인수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근거할 때 예상 이익 대비 5~6배의 레버리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델의 이번 EMC 인수는 1120억달러 규모로 이뤄진 아메리칸 온라인의 타임워너 인수와 딜이 진행중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스의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에 이어 정크등급 기업 가운데3위 M&A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IBM을 포함한 IT 대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FBR의 다니엘 입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M&A 발표는 IT 업계에 경종에 해당한다”며 “막대한 현금 자산을 축적하고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대형 M&A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