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900 사전계약 6000대 '대박'..첨단기술력ㆍ고급강판 확대 기대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해외명 G90)의 대박조짐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납품업체도 덩달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제네시스 EQ900처럼 고급차일수록 최신 첨단 부품과 고급 강판 공급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시작한 제네시스 EQ900 사전계약이 6000여대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첫날 사전계약대수는 구형 에쿠스의 4배인 4324대로, 기록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현대차 최고의 볼륨모델인 아반떼는 지난 9월 사전계약 보름 만에 5000대를 넘어섰다.
◆ 초고장력 강판·첨단 기술 등 그룹 시너지 효과
현대차 제네시스 G90에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는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제철은 초고장력 강판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부품을 연결한 모듈 및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룹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AHSS)은 일반 강판보다 강도가 2배 이상 높으면서도 무게는 10% 정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제네시스 G90의 초고장력 강판 적용율은 51.7%로, 기존 에쿠스의 16.3% 대비 3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충돌안전성과 주행성을 비롯해 최고급차인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BMW 7 시리즈 등 전 세계 명차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현행 쏘나타 이전 모델인 YF쏘나타부터 초고장력 강판을 21% 적용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초고장력 강판 등을 통한 차량 경량화는 내년에 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내년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AE(프로젝트명)와 DE(프로젝트명)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E는 세계 1위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요타 프리우스를 정조준한 전략 차종으로, 내년 1월 출시가 확정됐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달 초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회에서 “제네시스는 설계 단계부터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으로 만든 차”라면서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것,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현대차그룹의 유기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제네시스 G90 차체에 붙는 섀시 모듈을 비롯해 차량 실내의 운전석(콕핏) 모듈, 주차 시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능을 갖춘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 고부가가치 제품 전략, 공급량 확대+수요 증가 기대
증권가에선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의 공급 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외에 다른 완성차 업체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부품 공급 단가와 완성차 판매 목표 등에 따라 변수가 있는 만큼, 얼마의 수익성이 오른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부품사의 입장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이사는 “현대모비스는 기존에 에어백과 스티어링(조향) 등을 양산차에 공급해왔지만, 이 보다 미래 자동차를 비롯해 지능형 자동차,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가 제네시스 브랜드라는 고객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는 또 “현대제철 역시 초고장력 강판에 투자한 부분이 매출로 나타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써줄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급차일수록 철강 및 첨단 기술이 공급량이 많은 만큼, 철강사와 부품 공급사의 호재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가 사용하는 철강 제품의 약 45%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철강 공급량은 현대제철에 이어 포스코, 신일본제철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철강사들이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데, 제네시스 G90 돌풍에 따라 철강사들도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 사전계약이 최근 6000대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칫 제품 보다 판매량이 주목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네시스 G90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차”라며 “사전계약대수 보다 최고 품질 및 완성도에 더 집중해 12월 9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