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오너 자제 임원 승진, 조직에 위화감 가져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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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신정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연말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 3,4세들이 임원 승진대열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경영승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의 경영능력이 제대로 검증됐는지, 어려운 기업 경영상황 속에서 오히려 조직문화 형성에 이질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4) 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달 말 그룹 인사에서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통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려면 2년~4년 소요되는데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이다.
정 전무는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근무하다 2011년 9월 보스턴컨설팅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지난해 10월 상무 자리에 앉은 뒤 1년 만에 바로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은 정 전무가 최근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의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을 전면 이끄는 등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 안팎에선 현재 조선업계가 수조원대 적자에 시달리며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수시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초고속 승진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윤홍(36) GS건설 사업지원실장도 지난 1일 GS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 실장 상무는 승진한 지 3년만에 전무가 됐다. 허 실장은 GS家 4세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허 전무는 지난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해 GS건설의 경영혁신담당 상무와 GS건설 사업지원실장 상무를 거쳤다.
GS그룹 내부적으로 빨리 전무로 승진한 평균 연령대가 50대 초반인 점을 미뤄볼 때 가장 젊은 전무다. 더욱이 GS건설 또한 해외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단행한 승진이어서 업계 안팎에선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家 4세인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도 상무부로 승진하며 오너 3세~4세의 임원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이 상무는 차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초고속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 후, 현장에서약 1년간 근무하다 코오롱글로벌로 이동해 지난해 4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현장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대기업 임직원들은 이런소식에 씁쓸해하고 있다. 조직문화 분위기를 오히려 저해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한 임원은 "능력만 있다면 임원 연령이야 상관없지만 오너 3~4세들이 내부 직원들부터 현장경험과 경영,학식 능력 등을 인정받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오너 3~4세 중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도 있겠지만 오너의 가족이란 이유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쉽게 오르는 것은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에 해를끼칠 뿐더라 조직원들 사이에서 자괴감만 주고 열정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의 자녀, 손자라는 이유로 중요 자리에 앉히는 우리나라 기업 분위기는 직원들 사기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분위기도 봐가면서 시행돼야 할 것"이라며 "다만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체제에도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좀더 성숙된 기업문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