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시럽만 남기고 다 팔 지도"…직원들 '불안'
[뉴스핌=김선엽 기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여러 갈래로 분사될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사업부서를 독립시키거나 계열사로 넘기는 일은 그 동안에도 계속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적자를 보는 O2O플랫폼 정도만 SK플래닛에 남기고 나머지는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로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 나온다.
특히 모회사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선언하면서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것임을 밝힘에 따라 SK그룹에서 플랫폼 사업을 도맡아오던 SK플래닛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회사 설립 이래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해 온 SK플래닛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현재의 사업부 중 상당수를 회사 밖으로 떼내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플래닛의 사업은 시럽 서비스를 운영하는 커머스 쪽과 T맵을 관리하는 LBS(Location Based Service; 위치기반) 사업본부로 크게 나뉜다.
업계에서 그리는 시나리오는, T맵은 SK텔레콤으로 넘기고 커머스 소속 콘텐츠 오픈 마켓 T스토어는 커머스플래닛으로 넘기는 것이다.
커머스플래닛은 SK플래닛의 자회사로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SK플래닛에는 O2O 플랫폼인 시럽만 남게 된다.
차량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T맵의 경우 SK텔레콤 가입자를 주 고객으로 하며 통신서비스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직접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T맵의 경쟁사이자 저작권 분쟁의 상대방인 '김기사' 역시 모 기업인 카카오가 직접 운영키로 한 상황이다.
문제는 SK플래닛의 대표브랜드인 OK캐쉬백인데 사업 특성상 커머스플래닛 쪽으로 넘기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당장 SK플래닛의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판단 하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의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미 분할을 염두에 두고 사업부서를 잘게 쪼개는 것 같다"며 "시럽 서비스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이것만 남겨두는 것 아닌가 해서 다들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2011년 10월 SK텔레콤의 플랫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여 신설됐다.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T맵과 T스토어, 스마트월렛 등을 운영하다가 2014년에는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 공략을 목표로 시럽을 출범시켰다.
이후 O2O 마케팅 플랫폼 '시럽 스토어', 모바일 선주문 서비스 '시럽 오더', 외식 관련 토탈 서비스 '시럽 테이블', 비콘을 활용한 실내 길찾기 '시럽 가이드', 간편결제 서비스 '시럽 페이' 등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무수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아직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SK플래닛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3분기까지 1조1887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돈 못 버는 회사로 분류되다 보니 모 회사의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처지가 됐다. 지난 7월에는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을 하고 있던 '호핀'이 떼내어져,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IPTV 'Btv 모바일'에 흡수합병됐다.
SK플래닛의 또 다른 직원은 "회사 분할에 대해 다들 궁금해 하지만 우리로서는 결론을 짐작하기 힘들다"며 "모회사인 SK텔레콤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사설과 관련해 SK플래닛 측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