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다본 국가 차원의 미래”..실패 시 절체절명 위기로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자동차 숙원인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 자동차 업계 최대 이슈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고급차 브랜드는 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는 독일, 일본, 미국 정도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첫 차인 EQ900(수출명 G90) 소비자 출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사전계약 후 최근까지 1만5000여대가 계약된 후 1호차 전달을 앞둔 것이다.
EQ900 V6 3.8과 V6 3.3 터보 모델은 ▲프리미엄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등 각각 3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또 V8 5.0 세단과 V8 5.0 리무진은 프레스티지 단일 트림이다. EQ900은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및 BMW 7 시리즈 등 전 세계 고급 브랜드와 최고급차와 경쟁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공식 발표하고, 미국 등 전 세계에 EQ900을 수출할 계획이다.
EQ900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품 외에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재도약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고급차 브랜드를 갖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 미국 정도다. 한국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자동차 선진국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충분한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면 새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800만대를 판매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해왔다. 2011년 633만대 목표에서 660만대를 판매했고, 이듬해에는 700만대 목표를 12만대 초과해 달성했다. 2013년에도 목표치인 741만대에서 15만대 더 판매하며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좌측부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만우 국회의원, 심윤조 국회의원,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황교안 국무총리,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지난 12월9일 EQ900 신차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
하지만,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와 고급차로 이동하면서 이 분야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 연비 로드맵’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제품 평균 연비를 25% 높이기로 했다. 자동차 업체 외에 구글, 애플 등 정보통신(IT) 업체까지 미래차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 전략을 더욱 분명히 했다.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에 기회라는 게 중론이다. 동시에 제네시스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2010년 기준 579만대에서 오는 2020년에는 약 1.8배가 증가한 1067만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10.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의 증가율(연평균 6.0%)을 크게 넘어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고급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토요타와 닛산 등이 미국을 겨냥해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발표한 이래,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재규어랜드로버를,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 합병한 것 모두 고급차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역사가 130년 된 메르세데스-벤츠는 총 30억유로(약 3조7500억원)를 투자해 독일 내 공장 설비 현대화와 중국 벤츠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을 진행하고 있다. BMW는 영국 생산공장에 총 7억5000만 파운드(약 1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캐딜락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7개 고급차를 중국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며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와 같은 100년을 내다본 국가 차원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